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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쓰는 이야기

의도된 불편, 색다른 평화 - 힐리언스 선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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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교육 리스트 중에 꽤 솔깃한 프로그램이 신설되었습니다. 1박 2일로 숙박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힐링 프로그램인데 교육을 가장한 복지 아닌가 싶은 생각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름이 힐리언스 선마을 이랍니다. 뭔가 이름부터 수상한 기운이 들어옵니다. 아니나 다를까 굉장히 특이한 특징이 하나 있더군요.

 

특정 장소를 제외한 곳에서 모든 모바일 통신기기를 쓸 수 없는 곳이었습니다. 

 

뭘 반납하고 이런 게 아니라 전파 자체가 통하지 않는다는 의미였습니다. 최전방 GP에서도 LTE가 터지는 세상에 당황스러운 조건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유튜브 없이 어디 외출하는데 두려운 4살 8살 아들 둘 부모로서는 더더욱 그랬습니다. 

 

하지만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고 했지요. 우리 가족들에게 '실험'을 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습니다. 늘 핸드폰을 손에 놓지 못하는 우리에게, 유튜브 없이는 외식 한 번 제대로 하기 힘든 아이들에게. 이 경험은 어떤 걸 남겨줄 수 있을까요.

 

 

 

힐리언스 선마을

힐리언스 선마을 강원도 홍천군 서면 종자산길 122

 

 

허락된 이동 수단은 오직 다리


지도만 봐도 이 곳이 얼마나 깝깝한 곳에 박혀있는지 알 것 같지 않나요. 처음 내비게이션에 힐리언스 선마을을 찍고 이동하면 홍천 산골 긴 외길을 지나 야트막한 주차장에 이르게 됩니다. 

 

제가 간 곳은 숲속동으로 경사가 꽤 가파릅니다

 

주차장에 이르면 무인 웰컴센터가 있는데요. 가지고 온 차는 주차장에 세우고, 가지고 온 짐은 태그를 달아 짐을 보관하는 장소에 올려놓습니다. 그리고 가벼워진 손으로 배정받은 숙소까지 도보로 이동하게 됩니다. 짐은 선마을을 주기적으로 왕복하는 전기카트가 대신 실어다줍니다. 

 

이 리조트의 구조가 뭘 의미하는지는 너무 잘 알겠는데.. 경사가 꽤 가파릅니다. 평소 운동과 담을 좀 쌓으셨거나, 거동이 불편하신 고령자를 모시고 온다거나, 걸음이 익숙치 않은 영유아와 같이 온다면 살짝 애로사항이 있을 경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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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한 가운데에 던져진 느낌


배정받은 숙소가 숲속동이라서 웰컴센터에서 상당히 긴 거리를 걸어야 했습니다. 굳이 뱀을 조심하라는 푯말이 아니더라도 정말 깊숙한 자연 한 가운데에 있는 느낌입니다. 그리고 길 한가운데에 커다란 산토끼(!)가 우리를 맞아줍니다.

 

자기 집 마냥 편안한 토끼

 

사람이 이미 익숙한 듯 거침없는 손길에도 전혀 동요가 없는 모습입니다. 아들들이 무척 신났네요. 

 

 

힘들게 올라온 숙소는 꽤 그럴듯 합니다. 우리가 올라오는 동안 짐은 벌써 가져다 놓은 상태입니다. 이동하다보면 전기카트로 분주히 다니시는 직원분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저거 하나 빌려탈 수 있으면 딱 좋을 거 같은데...

 

숙소에는 와이파이도, 휴대전화 전파도 정말 잡히지 않습니다. 아무것도 안 뜨는 이런 상황. 거의 태어나서 처음이 아닐까 싶은데요. 선마을에는 생활한복과 시셀이라는 브랜드의 메모리폼 베개를 대여해주는 서비스가 있습니다. 메모리폼 베게는 대여갯수가 한정되어 있는 것 같으니 서두르시는 게 좋을 듯 싶습니다. 굳이 대여까지 안해도 기본 베게는 있으니 자는데는 문제 없습니다.  

 

경사도 체감짤

 

시설은 무척 깔끔하고 아담합니다. 베란다에는 멋진 의자가 있고 침대도 멋스럽게 놓여있으며 잘 관리되어 있다는 인상이 강하게 듭니다. 아, 그리고 여기엔 냉장고가 없습니다. 고로 음주(?) 생각이 있으신 분들은 아이스박스를 미리 챙겨오시던가 와인류 위주로 준비하시는 게 좋을 듯 싶습니다. 홈서비스로 와인 세트도 팔고 있으니 체험해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겠네요.

 

참고사진 1
참고사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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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데.. 좋은데.. 힘들다


전반적으로 다양한 시설들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명상이나 요가 프로그램도 준비되어 있고, 감성 돋는 카페테리아에, 자연식으로 건강한 뷔페 시설에, 스파에 찜질방에 반려견 동반 고객을 위한 준비도 무척 충실히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숙소에서 이동하는 게 운동이 된다는 겁니다. 이건 분명 장점일수도 있지만 숙소에서 한 번 나오려면 각오(?)를 해야한다는 건 분명한 단점입니다. 혹서기나 혹한기라면 더더욱 그렇겠죠? 이런 이동의 힘겨움이 부담이 되신다면 가급적 낮은 고도에 있는 숙소를 잡으시는 것도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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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좋아한다


여기에서 머물며 좋았던 건 깔끔하고 정돈된 시설들도 있지만 세상과 단절되어 가족들과의 집중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늘 폰과 패드를 찾던 아이들도 여기에서만큼은 그럴 수 없습니다. 저희도 모처럼 아이들과 보드게임을 하면서 색다른 시간을 보낼 수 있었네요.

 

그리고 이 곳에 사는 동물친구들도 아이들이 여길 좋아하는 이유입니다. 앞에도 언급했던 토끼 말고도 고양이, 강아지, 알파카 등 꽤 많은 동물들이 이 곳에서 같이 살고 있습니다. 알파카를 제외하고는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동물들을 쉽게 목격할 수 있었는데요. 도망가지 않는 고양이들과 토끼들을 아이들이 참 좋아했던 게 기억에 남습니다. 

 

 

사계절이 기대되는 그 곳


취향을 탈 수 있는 공간이지만 그래도 한 번쯤 해보기엔 신선한 경험입니다. 내 돈 주고 이 고생을 하러 뭐하러 오냐! 싶은 분들이라고 해도 이렇게 강제로 노동(?)을 시키는 리조트는 여기밖에 없으니 이런 경험 또한 귀한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곳의 프로그램이나 컨셉이 맞는 분들은 계절마다 찾으셔도 무척 만족하실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개만 들어도 아름다운 풍경이 압도하는 곳이니 계절마다의 풍광 또한 기대가 됩니다. 저희 가족은 다른 계절을 골라 다시 한 번 찾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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