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회사에서 운영하는 숙소가 안면도에 있어 여름 휴가 겸 안면도를 찾았습니다. 한 4년 전에도 한 번 왔었는데 크게 변한 건 없네요. 안면도 너무 아름답고 공기 좋고 바다 좋은 곳인데 문제는 뭘 먹을 때 메뉴가 많이 제한된다는 점입니다. 해산물을 그다지 즐기지 않는 입장에서는 선택지가 많이 없어요. 그나마 안면도 시외버스 정류장 쪽이 번화가(?)인 편인데 오래된 상권이고 서산이나 예천에 비해 유동인구가 많지 않아 가게들 또한 크게 기대하기 힘든 느낌입니다.
그러던 와중에 아들이 고기를 먹고 싶다고 해서 네이버에 그냥 대충 찾았는데 꽤 괜찮은 곳이 걸려서 소개하고자 합니다.
아부지 돈굴러가유
충남 태안군 안면읍 장터로 126-6
영업시간 : 16:00 ~ 24:00, 매주 일요일 휴무
웨이팅이 있다?
이날이 주말도 아니고 월요일이었고 관광객들도 크게 보이지 않아서 바로 들어가겠거니 했는데 웨이팅이 있다는 겁니다. 그것도 한 팀도 아니라 3팀이나요. 뭔가 이게 아닌데? 싶었지만 그래도 딱히 갈 곳도 없어 기다려봅니다.
그런데 점점 사람들이 늘어납니다. 저희 뒤로도 가족단위 팀들이 줄을 서더군요. 조금 더 늦었다가는 꽤 오래 기다릴 뻔 했습니다. 저녁 시간이긴 했고 가게가 좀 좁은 편이긴 했지만 월요일에 이정도 웨이팅이 있을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거든요. 손님들도 관광객보다는 현지 주민들 위주로 느껴지는 구성이었고 이쯤에서 없었던 기대감이 슬슬 올라오기 시작합니다.
제대로 된 '특수부위' 고기집
돼지 특수부위는 이제 별로 특색있는 메뉴는 아닙니다. 그런데 여기서 만난 특수부위는 처음 듣는 부위가 꽤 있었습니다. 나름 특수부위를 표방하는 고기집에서도 만날 수 없는 부위들을 보니 그냥 얄팍하게 장사하는 집은 아닌 듯 싶습니다.
아돈 SET를 맛보고는 싶었지만 저 혼자 온 것도 아니고 아이들 입맛에 맞을지도 알 수 없어서 그냥 평범하게 주문해 봅니다. 여기 가실 분들은 아돈 SET가 특색있고 괜찮을 것 같네요. 저희는 두툼 목살 2인분 / 뽈항정살 1인분을 주문했습니다.
어디에 내놔도 꿀리지 않을 '요즘' 고기집
안면도 읍내를 가 보시면 알겠지만 요즘 도시에서 볼 수 있는 외식 메뉴를 기대하기는 좀 힘듭니다. 특색있고 관록있을지언정 트렌디한 느낌은 기대하기 힘들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여기는 딱 요즘 고기집이란 느낌이 들더군요. 이 상태로 서울 유수의 상권에 떨어뜨려놔도 경쟁력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인분으로 시킨 뽈항정살이 먼저 나옵니다. 뽈살과 항정살이 같이 붙어있는 부위인데 뽈살의 식감과 항정살의 녹진한 맛을 함께 느낄 수 있는 부위입니다. 사실 특수부위란 게 바꿔 말하면 잘 안 팔리는, 대중적이지 않은 부위를 상품성있는 네이밍을 붙여 개발한 느낌이 있습니다. 그래서 예전에는 다소 실망한 적도 있긴 한데 이 곳의 뽈항정살은 무척 괜찮았습니다. 오돌하게 씹히는 식감과 쥬시하게 입안에서 퍼지는 항정살의 기름이 공존하는 지킬앤하이드 같은 맛이에요.
두툼 목살은 인스타 각이 나오는 압도적인 비주얼부터 인상깊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나오는 집이 몇 군데 스쳐지나갔는데 그런 곳들보다 더 본격적으로 두꺼운 느낌이었습니다. 목살이나 삼겹살은 가장 대중적인 부위다보니 어지간히 맛있는 집들은 이제 발에 채이는 수준입니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께에서 느껴지는, 치아가 들어가는 깊이가 다른 경험과 그 안에 잘 보존된 육즙이 고기에 박힌 치아를 따라 흐르면서 다른 곳과는 특색있는 맛을 느끼게 합니다.
안면도 여행의 옵션으로 놔도 괜찮을 집
고기 뿐만이 아니라 나오는 찬들도 꽤 괜찮았고 여러모로 수준급의 고기집이라는 생각입니다. 지역주민들에게 기본적으로 인기가 좋은 만큼 관광객들에게까지 입소문이 나면 저녁시간에 자리잡기가 힘들거라는 생각이 들긴하네요. 다만 좁은 업장에 테이블을 최대한 많이 깔다보니 안락한 식당은 아닙니다. 사람이 붐비는 시간에는 그릴링 서비스도 받기 힘들구요.(두툼한 메뉴들은 기본적으로는 어떻게든 해 주십니다.) 사전에 전화로 웨이팅 상황을 확인하고 가시는 게 좋을 듯 합니다.
안면도는 숙소가 해안에서 가까울수록 따로 밥 먹으러 갈 곳이 마땅치 않습니다. 근처에 리솜 리조트가 있지만 한정된 메뉴에 가격이 비싸고, 나머지는 횟집 아니면 게국지, 게장류인데 저 같이 해산물을 딱히 찾아먹지 않는 타입이라면 정말 갈만한 곳을 찾기 힘든 곳입니다. 그런 분들이라면 이 곳이 어떤 안식처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언젠가 이 곳이 안면도의 핫플로 뜰 날이 올까요? 최소한 저는 가게를 조만간에 더 키우시겠구나 싶은 생각은 들었습니다.
'돈 쓰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의도된 불편, 색다른 평화 - 힐리언스 선마을 (2) | 2023.08.14 |
---|---|
양 많고 맛 좋은 칼국수집 - 새집손해물칼국수(인천 남동구 맛집) (0) | 2023.08.11 |
맛도 양도 매력적인 그 곳 - 배곧 등갈비愛 꼬치다 (0) | 2023.08.07 |
술맛나는 정통파 전 집 - 송도 춘향전 (0) | 2023.08.02 |
구리 수택동 가성비 한우 맛집 - 한돈 한우 정육식당 (0) | 2023.07.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