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는 이야기 썸네일형 리스트형 '네가 아주 좋아하는 농구가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 더 퍼스트 슬램덩크 아기공룡 둘리가 개봉하고, 타이타닉이 극장에 걸리며 슬램덩크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이 문장만 보면 어디 한 20년 전 얘긴가 싶겠지요. 믿기 힘들게도 2023년의 풍경입니다. 세상 아래 새로운 건 없다지만 그래도 요즘은 너무 몸을 사리는 기분이 듭니다. (위에서 예를 든 작품들과는 별개로) 안전한 기획들이, 겁많은 돈을 모아, 손해는 보지 않을 방향으로 갑니다. 경제력이 커진 세대들의 추억을 인질로 삼는 거죠. 요즘 리메이크 곡들이 많은 것도 그런 현상의 일종일 겁니다. 그렇지만 과거의 명작들 중에서도 정말 건드리기 힘든 것들이 있습니다. 예컨데 '슬램덩크' 같은 작품입니다. 96년에 마지막 회를 낸 이후 그 어떤 매체로도 리메이크나 그 이후의 이야기가 다루어진 적이 없습니다. 작가 스스로 .. 더보기 우리 시대의 기둥에게 - 어른 김장하 어른이란 무엇일까요. 법적인 어른이 된 뒤에도 이 질문은 계속 숙제였던 것 같습니다. 결혼을 하고 자식을 가진 후에도 이 질문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나는 과연 어른인 것인가. 심지어 40이 넘은 지금에서도 이 질문에 대해 대답해보라면 자신이 없습니다. 대체 어른은 어떤 존재이며, 어떤 존재가 마땅히 '어른'의 칭호를 얻게 되는 걸까요. 연휴가 지나고 그 질문에 답을 줄 수 있을 다큐 하나를 찾았습니다. 경남 MBC에서 방영된 '어른 김장하'라는 다큐입니다. 분명히 이상한 제목입니다. '위인 김장하' 도 아니고, '인물 김장하' 도 아니고, '영웅 김장하' 도 아닌. '어른 김장하' 라니요. 하지만 다큐를 다 보고나면 이해하게 됩니다. 이래서 '어른'이라는 단어가 필요했구나. 이래서 '어른'이라는 단어가 .. 더보기 처연한 형태의 무언가 - 헤어질 결심 사랑을 그리는 건 영화라는 존재의 의무이자 이유일 것입니다. 사람을 고기처럼 도륙내는 영화일지라도, 투쟁과 생존으로 뜨거운 영화일지라도 그 안에 아주 잠깐이라도 사랑은 있습니다. 사랑없이 그런 에너지를 낼 순 없어요. 힘들게 투자자를 얻고, 밤 새워 각본을 쓰고, 의문에 시달리며 영화를 찍는 과정에도 사랑은 있습니다. 영화를 사랑하지 않고서는 그런 지난한 과정을 십수편 째 반복할 순 없겠죠. 박찬욱의 사랑은 늘 각별합니다. 혼란으로, 금기로, 애뜻함으로, 환상적으로. 사랑이란 주제에 대해 늘 그만의 독보적인 미장센이 있습니다. 헤어질 결심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어떻게 이런 절묘한 제목을 지었을까 싶어 감탄하게 됩니다. 헤어질 결심이라니. 마지막 송서래(탕웨이 분)의 선택을 이렇게 표.. 더보기 장르적 쾌감을 느끼고 싶다면 - 나이브스 아웃_ 글래스 어니언 '나이브스 아웃'이란 제목을 기억하는 분들은 많지 않으실 겁니다. 1편이 나온지 좀 되기도 했지만(2019년) 무엇보다도 우리나라에선 그다지 흥행하지도 않았거든요. (80만명 정도) 관객수가 작은 건 아니지만 당시 핫하던 다니엘 크레이그와 크리스 에반스가 나온 걸 생각하면 다소 실망스러운 수준이긴 하죠. 저는 극장에서 1편을 봤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아주 만족스러운 영화였습니다. 이렇게까지 '추리'라는 장르에 충실한 대중영화를 보긴 힘들거든요.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히 추리라는 키워드로 관객들을 쪼는 맛이 있었던 영화로 기억합니다. 모든 트릭이 영화 중반에 다 드러나는데도 크레딧이 올라가는 그 순간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던 영화였습니다. 추리의 트릭도 매력적이지만 그것 말고도 주변 인물들과의 기묘한 밸런스로 .. 더보기 전쟁의 민낯 - 서부전선 이상없다(Netflix Ver.) 영화의 인트로는 옷으로 시작합니다. 군복이죠. 한 차례 참혹한 교전이 지나간 후 , 참호전에서 처참히 찢긴 시신을 향해 간부는 살아남은 병사에게 명령합니다. 군번줄 챙기고 상의를 벗기라고요. 뻘밭을 의심케 하는 참호의 진창에서 병사는 고깃덩이로 변한 사망자의 군번줄과 군복을 챙깁니다. 피와 진흙이 범벅된 옷들은 보자기에 싸여 기차에 실리고, 이내 세탁소로 향합니다. 핏빛으로 물든 빨랫물을 거쳐 수선을 마친 군복은 철 모르는 학도병 지원자들에게 주어집니다. 이 영화의 백미는 처음부터 등장합니다. '잘못 받은 것 같습니다. 제 이름이 아닌데요.' '이 친구에겐 좀 작았던 것 같군. 늘 있는 일이지.' 징집관이 자연스러운 척 뗐던 이름표는 세탁과정에서 미처 제거되지 못한, 전장에서 사망한 병사의 이름표였습니다.. 더보기 참을 수 없는 감칠맛 - 체인소맨 (Chain Saw Man) 요즘 빠져있는 애니메이션이 하나 있습니다. 알만할 분들은 다 아는 체인소맨이죠. 굳이 해석해보자면 '전기톱 남자' 입니다. 개인적으로 애니메이션을 그리 즐겨보진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본 시리즈 애니메이션이 '천원돌파 그렌라간'(2007) 이었으니까요. 많은 감상이 머리속을 오가지만 역시 일본의 문화 역량은 애니메이션에 집결되어 있다는 걸 새삼스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제 빌보드도 심심치 않게 드나드는, 우리나라의 K-POP 뮤직비디오 보면 정말 멋지지 않습니까. 그것처럼 일본에는 역시 애니메이션, 그 중에서도 요즘 가장 핫한 작품인만큼 그 실력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흥미로운 설정 작중에서는 악마가 인간 세상을 위협하는 세상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악마가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더보기 무대가 된 바다, 무덤이 된 바다 - 한산 리덕스 아이들이 나온 뒤로 극장에서의 영화관람은 아주 특별한 이벤트가 되어버렸습니다. 당연히 한산 같은 영화도 영화관에서 볼 기회를 놓쳤죠. 그러던 중에 넷플릭스에서 익숙한 포스터가 보이는데 제목이 뭔가 다릅니다. 한산 '리덕스'라고 하길래 넷플릭스에서 따로 만든 시리즈인가 싶었는데 알고보니 감독판이더군요. 굳이 이런 생소한 단어를 쓰는 것도 일종의 마케팅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아무래도 궁금한 단어는 한 번 더 보게 되니까요. 개인적으로 전 전작 '명량'을 그리 재미있게 보지 못했습니다. 초반이 지나치게 무거웠고 민족과 역사라는 당위에 짓눌리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감독의 무거운 어깨를 관객이 함께 짊어지는 느낌이랄까요. 후반 해전이 대단했다지만 그 와중에도 부분부분 신파스러운 장면들이 집중력을 깨뜨렸던 게 아직.. 더보기 내려놓아야 보이는 무언가 - 먹을텐데(Feat. 성시경) 요즘 성시경 씨의 유튜브가 무섭게 뜨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뜨는 주제가 참 의외였던게 노래보다 먹방(?)으로 뜨고 있더란 말이죠. 가수로서의 성시경 씨야 뭐 말할 것도 없지만 9~10년 전쯤에 '마녀사낭'을 필두로 '오늘 뭐 먹니', '배틀트립', '1박2일' 같은 프로그램에 연달아 출연하면서 방송인으로서의 커리어도 상한가를 쳤던 걸로 기억합니다. 요리와 음식을 좋아한다는 건 진작에 알았지만 뜬금없이 먹방으로 뜬다니. 문득 궁금해져서 들어가봤는데. 과연, 그 매력이 뭔지 알겠더군요. 유튜브의 한 코너를 차지하는 '먹을텐데'의 영상들을 보니 본인에게 강요된 무언가를 다 던져 내려놓은, 자연인 성시경 씨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것 같았습니다. 사실 영상에 나온 연예인이 아무리 소탈한들 어디까지가 컨셉이.. 더보기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