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성시경 씨의 유튜브가 무섭게 뜨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뜨는 주제가 참 의외였던게 노래보다 먹방(?)으로 뜨고 있더란 말이죠. 가수로서의 성시경 씨야 뭐 말할 것도 없지만 9~10년 전쯤에 '마녀사낭'을 필두로 '오늘 뭐 먹니', '배틀트립', '1박2일' 같은 프로그램에 연달아 출연하면서 방송인으로서의 커리어도 상한가를 쳤던 걸로 기억합니다.
요리와 음식을 좋아한다는 건 진작에 알았지만 뜬금없이 먹방으로 뜬다니. 문득 궁금해져서 들어가봤는데. 과연, 그 매력이 뭔지 알겠더군요.
유튜브의 한 코너를 차지하는 '먹을텐데'의 영상들을 보니 본인에게 강요된 무언가를 다 던져 내려놓은, 자연인 성시경 씨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것 같았습니다. 사실 영상에 나온 연예인이 아무리 소탈한들 어디까지가 컨셉이고 어디까지가 진짜 모습인지 일말의 의심이 남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먹을텐데'에 나오는 성시경 씨는 정말 이 사람은 여기서 다 발가벗고 찍는구나 싶은 느낌이 들더군요.
감미로운 발라드와 수려한 외모로 글로벌리 한 시대를 풍미한 가수가 소주를 글라스로 마시고 국밥을 크어어 소리내어 들이마시며 행복하다고 합니다. 심지어 영상을 찍을 때 메이크업이나 헤어도 없이 그냥 찍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연예인의 유튜브 영상이라고는 상상하기 힘들죠. 자기가 정말 좋아하는 맛집들을 소개하며 두런두런 혼잣말 하며 소주 한 잔하는, 이런 솔직하고 소탈한 자기고백이 성시경이란 연예인에게 나올 줄은 쉽게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그 감미롭던 왕자님도 이제 어언 44세입니다. 누구라도 나이드는 게 쉬운일은 아니지만 눈부시게 찬란했던 시절을 거친 연예인들은 더더욱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특히 성시경 씨처럼 굉장히 조형된 듯한 이미지를 강요받은 연예인들은 특히나 그렇겠죠. 하지만 언제까지나 그렇게 살 수는 없다는 걸 성시경 씨도 잘 알 것입니다. 그래서 예전부터 본인의 이미지에 상관없이 솔직한 발언이나 행동들을 많이 해왔고 그 때문에 안티팬들도 상당하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와서 소소하게 국밥에 소주 먹는 영상들로 뜬다는게 참 아이러니하달까요. 아마 본인도 본인의 노래영상보다 더 뜰 것이라고는 예상 못했을 것 같습니다. 누구에게나 과거는 화려하고 아름답습니다. 시대를 풍미한 연예인의 과거라면 더더욱 그렇겠죠. 그 과거의 무게를 내려놓고 본인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는 건 아무나 쉽게 할 수 있는 결심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대중들이 성시경 씨에게 느끼는 호감은 아마 그런 부분에서 오는게 아닐가 싶네요. 내려놓을 때가 오면 내려놓을 줄도 알아야 다른 매력이 생기는 게 아닐까요. 굳이 성시경 씨만이 아니라 나이 들어가는 우리 모두가 한 번쯤 생각해볼 주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먹방이 정말 먹음직스럽기도 합니다. 늘 볼 때마다 짜바리(?) 한 잔 걸치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영상에 나온 맛집들을 돌아보는 경험도 굉장히 즐거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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