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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이야기

진짜 '큰'게 왔다 - 블랙 아담 노스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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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CEU에서 또 영화가 나왔습니다. 네. 또 영화가 나왔죠. 정말 많은 돈을 들이고 말아먹은 영화도 많고 시궁창에 던져버린 캐릭터도 많고 간간히 괜찮다 싶으면 배우 사생활이 개판인 경우도 있고 새로 바뀐 CEO란 사람이 촬영 다 끝난 작품을 아얘 삭제해버리지 않나 아주 말도 많고 탈도 많은 DECU인데요. 기대를 걸었던 '샤잠'에서 실망을 했던지라. 이번 '블랙아담'에서도 큰 기대는 하지 않았습니다. 때마침 회사 창립기념일이 아니었다면 굳이 보러가지도 않았을 거에요. 애 둘 아빠한테 극장은 사치 아니겠습니까. 그래도 최소한 '그' 드웨인 존슨이 히어로 수트를 입고 깨부순다면 그래도 킬링타임은 되겠지 싶었습니다. 

 

DCEU는 파괴하지 말아죠...

 

아 그런데 이게 진짜 물건이었습니다. 드웨인 존슨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싶더군요.

 

뭔가 초창기 히어로 무비 태동기의 작품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히어로의 기원에서부터 착실히 쌓아나가 마침내 쿠키 영상에서 폭발해버리는. 원래 우리가 히어로 무비에서 원하던 그런 전개 말이죠. 히어로 무비의 대명사와도 같은 마블은 이제 너무 거대해져버렸습니다. 한 편으로 온전히 식사를 마쳤다고 느끼는 작품이 이제는 드물죠. 식사 시간이 끝났는데 아직도 전채요리만 나온 듯한 기분. 저만 느낀게 아닐 것 같은데요. 그건 그것대로 장점이 있긴 합니다. 천재들이 만든, 정말 이 세기에 다시 볼 수 없을 거대한 세계관을 극장에서 수십년에 걸쳐서 즐긴다는 건, 정말이지 행운일 것입니다. 만약 마블이 언젠가 무너지게 된다면 그 누구도 이런 걸 시도할 수 없다고 생각될 정도니까요. 

 

하지만 마블이 독주해온 히어로 무비에 어떤 견제가 필요한 시기가 온 것 같고, 이 틈을 DCEU가 멋지게 파고 들어갈 틈을 찾은 것 같습니다.  블랙아담은 그 정도로 걸출한 작품이라고 생각됐는데요.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를 써 보겠습니다.

 

#제3세계 히어로

역사 깊은 마블에서도 제3세계 히어로는 극히 최근의 시도였습니다. 그런데 이게 블랙아담의 시도와는 느낌이 좀 다릅니다. '블랙팬서'가 와칸다라는 아프리카 대륙의 가상의 국가를 모델로 삼았지만 그 지향점은 결국 미국 내 차별받는 흑인의 역사에 대한 거였죠. 말하자면 결국 미국 내부의 이야기와 갈등이 메인이었던 겁니다. 그 이후로 미즈마블이 나왔지만 이것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결국에는 '미국의 시민권을 가진', 그 안에서 사는 피부 다른 미국인의 이야기라는 걸 부정할 순 없죠.

 

그런데 블랙아담은 그 시초부터가 '인터갱'이라는 집단에게 수탈당하는 '칸다크'라는 중동의 가상 국가를 기본으로 삼고 1세계 히어로들(저스티스 소사이어티)와 대립하며 이야기를 만들어갑니다. 여기서부터가 이미 신선하죠. 우리가 늘 익숙해져있던 서구권 히어로들과 대립하는데 그 히어로들의 모습과 논리가 궁색하기 그지없습니다. 사람들은 '칸다크'의 국민들이 수십년간 인터갱이라는 집단에게 수탈당할 땐 뭘 하고 이제와서 우리들의 영웅 '블랙아담'이 나타나니까 그를 앗아가려고 하느냐고 일갈하죠. 시작부터 영화는 굉장한 모험을 시도하고 있었습니다. 

 

딱 봐도 1세계 히어로 관상은 아니지 않나요?

 

#성숙해진 완급조절

블랙아담 말고도 히어로들이 꽤 많이 등장합니다. 비중들도 작지 않고요. 닥터 페이트, 호크맨, 사이클론, 스매셔 이렇게 4인이 소위 '저스티스 소사이어티'의 일원으로 등장하는데요. 이들이 처음 나올 때부터 불안감을 숨길 수 없었습니다. 무려 원더우먼, 플래시, 아쿠아맨이 나왔던 '저스티스 리그'도 말아먹었는데(스나이더 컷 이전) 대체 뭔 자신감으로 인지도도 부족한 히어로들을 잔뜩 꺼내왔냐고 말이죠.   

 

그런데 이게 오히려 연출과 편집 입장에서는 힘을 뺄 수 있는 요소였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게까지 엄청난 존재감을 과시하는 히어로들은 아니었기에 다소 많은 부분을 생략하면서 갈 수 있었던 거겠죠. 만일 '저스티스 소사이어티'의 일원이 우리가 누구나 아는 배트맨이나 슈퍼맨이었으면 어땠을까요. 연출도 편집도 쉽지 않았을 겁니다. 그 누가 감독으로 왔다고 하더라도요. 영화를 보면 각자 영웅에 대한 최소한의 배경만 언급하고 구체적인 개개인의 사연은 일절 언급하지 않습니다. 생각해 보면 당연하죠. 이 영화는 '블랙아담'이니까요. 

 

그런데 그동안 DCEU가 실패했던 이유가 이런 완급조절이었다는 걸 생각해보면 이번 영화는 정말이지 장족의 발전을 이룬 거라는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꼴랑 배트맨 / 슈퍼맨 둘이 나오는 영화도 그렇게 조져먹었던 DC가 이제 망한만큼 배웠구나 싶더군요. 아얘 꿀렁거리는 파트가 없다고는 못하지만 뭐 히어로 영화에 늘 지불하는 세금이라고 생각하면 쿨하게 넘길 수 있습니다. 

 

#드웨인 존슨의 존재감

드웨인 존슨이란 배우를 데려와서는 성장형 히어로를 보여주면 곤란하겠죠. 첫 등장부터 이미 다 자란(?) 압도적인 힘을 보여줍니다. 히어로 자체의 힘도 그렇지만 그걸 표현하는 배우의 아우라도 무시할 수 없는데요. '맨오브스틸'에서의 헨리 카빌에 준하는, 그런 압도적인 면모를 보여줍니다. 소위 1세계 히어로들이 떼로 와서 덤벼도 감히 제압하지 못하죠. 우리는 가끔 이런 히어로를 원하게 되는 것입니다. 아이언맨1에서 나온 로다주, 캡틴아메리카 : 윈터솔져 에서 나온 크리스 에반슨, 맨오브스틸에 나온 헨리 카빌 같은, 압도적으로 아이코닉한 캐릭터로 그 영화를 지배하다 못해 못난 개연성까지 수긍하게 만드는, 그런 히어로 말이죠. 드웨인 존슨은 그 입체감이 조금 부족할지언정 앞서 언급한 히어로들에 준하는 존재감을 발현했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액션은 그동안의 DCEU에서 나왔던 매력적인 연출을 모두 총망라 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특히 블랙아담의 액션신은 '맨오브스틸'의 그것을 연상하게 했습니다. 앞으로 DCEU가 이 캐릭터를 어떻게 끌고갈까. 기대도 되고 걱정도 되는 부분이긴 했습니다. 

 

#저스티스 소사이어티의 매력

영화이름이 블랙아담이라고 같이 나온 히어로들에게 소홀하진 않습니다. 오히려 배우들의 면면을 보면 놀랍죠. 세상에 피어스 브로스넌이라니. 이 분을 슈퍼히어로 영화에서 볼 수 있을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요. 그런데 그 모습이 너무 찰떡이라 다시 한 번 놀라게 됩니다. 나머지 배우들 또한 우리에게 익숙한 배우는 아니지만 각각의 개성이 뚜렷해서 영화를 보고 나서도 잔영처럼 남게 됩니다. 다만 왠만한 히어로들은 마블에서 먼저 이미 선보여왔던지라 그 신선함이 덜했던 건 어쩔 수 없는 부분 같습니다. 호크맨에게 팔콘이 보이고 아톰 스매셔에 앤트맨이 보이는 건 어쩔 수 없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에서의 '저스티스 소사이어티'는 다음 영화에서의 활약을 기대하게 합니다. 긴 분량은 아니지만 충분히 개성있는 롤을 맡고 있죠. 이런 다채로운 능력자들과 그들이 만들어내는 케미를 보는 재미도 꽤 쏠쏠합니다. 

 

이 형님 존재감 어쩔..

 

#그래도 마지막은 역시 쿠키영상

쿠키영상을 놓치면 이 영화의 1/4 정도는 날려먹는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이 시리즈가 DCEU에서 어떤 기대를 받고 있고 향후 어떤 방향성을 가질지 짐작하게 만드는 영상이었는데요. 개인적으로 쿠키영상이 남발되는 현상을 썩 좋아하진 않지만 이런 쿠키라면 대찬성이고 대환영이죠. 그런데 이 영화가 잘 되어야 쿠키영상도 의미가 있을텐데. 부디 흥행이 잘 되어 원하는 매치업이 성사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런데 기대가 되기도 하지만.. 또 DC가 얼마나 판을 키워서 얼마나 말아먹으려고 하는지에 대한 걱정이 들지 않는다면 거짓말이겠죠. 부디 제발 슈퍼히어로의 다원화에 DCEU가 기여해줬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며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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