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투자하신다는 분들치고 표정 좋으신 분들이 별로 없습니다.
대외환경 대내환경 할 것없이 최악을 달려가는 모습인데요.
최근 3년을 돌이켜보면 이런 날들이 대체 꿈인가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살면서 늘 좋은 날은 없다는, 거의 낫 놓고 기역자급 진리를 우리 모두 알고 있을 것입니다.
좋지 않은 생각들이 들 때면 계절의 순환을 떠올립니다. 영원할 것 같았던 염천같은 더위도 결국에는 골수에 스며드는 송곳같은 냉기로 바뀌고, 새록새록 돋아나던 새싹들이 어느새부턴가 가망없는 낙엽으로 저물어 가는 걸 최소한 수십번은 보아왔지 않습니까. 좋은 날이 언젠가 끝나는 것처럼 나쁜날도 언젠가 끝나기 마련이겠죠.
내노라하는 투자 서적을 보면 항상 사이클에 대해 나옵니다. 유명한 코스톨라니의 달걀이 대표적이죠. 이 달걀은 투자가 계절처럼 되풀이 되고 반복된다는 걸 보여줍니다. 물론 기상이변 같은 사건들이 한 때 시점의 판단을 어지럽히지만 결국 대세는 거스를 수 없죠. 겨울이 아무리 매서운들 여름은 오고, 여름이 아무리 뜨거운들 겨울은 오는 것 처럼요. 지금의, 투자하는 우리들은 겨울을 지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경기는 계절처럼 정해진 시간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겁니다. 미국 주식 시장이 10년간 박스권에 있었다는 걸 상상할 수 있을까요? 놀랍게도 그랬던 적이 적지 않습니다. 코스피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부동산이라고 다를까요. 모든 자산들은 본격적인 상승을 만들어내기까지 에너지를 축적하는 시간을 거칩니다.
그런데 세상이 복잡해졌습니다. 자유무역 대신 보호주의가 창궐하고, 전쟁은 다시 고개를 들었습니다. 지구온난화를 걱정하던 사람들은 이제 당장 다가올 겨울 앞에서 내 방안의 온도를 걱정하기 급급합니다. 혐오를 앞세운 극우세력이 정치를 먹어 삼킵니다. 인류는 성장하고 역사는 진보한다는 평범한 진리가 이제는 무색합니다. 발전하는 기술은 세상을 지나치게 가깝게 만들었고 지구 반대편의 날개짓이 오늘의 내 계좌를 박살냅니다. 어떤 이들은 심지어 세상이 다시 중세의 암흑시대로 돌아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내비칩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우리는 긍정을 찾습니다. 전쟁은 곧 끝나고. 천연가스와 석유는 제 가격을 찾고, 공급망은 회복될 것이며 우리 경제주체는 다시금 여름을 향해 나아갈 거라고요. 적어도 저는 그렇게 될 거라는 확신이 있습니다. 그 시점이 어떻게 될 지 예측할 수 없을 뿐이죠.
시장의 대가라는, 오랜 시간 동안 투자의 세계에 있었다는 분들조차 힘들어합니다. 하물며 제대로 사계절 지내보지 못한, 저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은 오죽할까요. 이제는 목표가 바뀌어야 합니다. 번영이 아닌 생존으로 목표를 수정하고, 겨울을 각오하고 자산을 재정렬하여 볍씨를 보존하고 씨감자를 사수한다는 마음으로 자산을 지켜야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저도 요새 회사를 다니면서도 추가적인 현금흐름을 만들 방법이 없을지 기웃거리고 있습니다. 이 블로그도 그 일환 중의 하나구요. 치솟는 금리와 늘어나는 이자들을 견디면 다가올 봄은 그 고통을 기꺼이 보상해주리라 믿습니다. 결혼할 사람을 만나려면 그 사람과 사계절을 겪어봐야 한다고들 하죠. 투자 또한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겨울을 알차게 견디면 다가올 봄과 여름에 크게 돌아올거란 생각으로 버텨야 합니다. 그게 어떤 길이든 말이죠.
당신의 볍씨와 씨감자는 안녕하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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