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상승장에서 특이점으로 느꼈던 건 투자자들이 치고 빠지는 속도가 놀랍도록 빨랐다는 겁니다. 몇몇 전문가들(?)이나 인플루언서들이 먼저 들어간 후, 블로그와 단톡방에서 조성된 ‘세력’들이 순식간에 현장을 쓸어버리는 방식입니다. 좀 핫하다 싶으면 여지없이 단체로 들어와 순식간에 호가를 올리고 사라지죠. 한창 때는 부동산 시가가 거의 테마주 수준으로 움직이는 경우도 적지 않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그럴 순발력도 없고 정보력도 없어서 그런 투자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는데 딱 한 번 그런 비슷한 투자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바로 지금 제 포트폴리오의 애물단지로 남아있는 대구(!)의 오피스텔 분양권인데요.
단체로 버스를 타고 간 정도는 아니고 저 포함 지인들 셋이서 줄줄히 하나씩 분양권을 산 거죠. 대구에서도 최고 핵심입지에 가까운데다가 100세대 미만 아파텔이라 당시 투과지역이었던 대구에서 전매까지 가능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습니다. 대구는 아파텔에 무척 보수적이라 그렇게 뜨거운 장에서도 미분양이 떠서 MGM까지 받고 계약했는데 나중에는 피가 1억이 넘게 붙더군요. 이때까지만 해도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함께 한 배를 탔다는 생각이들면 확실히 순발력이 떨어지는 측면이 있습니다. 좀 쎄한 느낌이 들어서 매도를 생각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 때마다 혼자 먼저 팔기가 미안하다고 해야할까요. 남은 둘은 어떻게든 일반과세 조건을 충족하고 팔고 싶어했죠. 친한 사이끼리 투자한 게 뭔가 눈에 보이지 않는 족쇄가 된 느낌이었습니다. 그렇게 몇 번의 기회를 놓친 결과, 지금은 마피로도 팔리지 않는 애물단지가 되어버렸습니다.
모든 투자자산들이 그렇겠지만 부동산은 팔기 아쉬운 느낌이 들 때 팔아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시기는 정말 짧고 기회도 제한적입니다. 부동산은 그 덩치가 크다보니 결단을 독하게 해도 이행하기가 쉽지 않은데 지인간의 공투라는 족쇄까지 차고 있느니 좋은 타이밍을 다 놓쳐버린 거죠. 돈과 투자 앞에서는 좌고우면하지 말아야 하는데 경험이 일천하다보니 행동으로 옮기는 타이밍이 늦은 겁니다.
매수도 매도도 결단하는 과정은 무거울지라도 행동은 가볍고 빨라야 할 것입니다. 좋은 정보로 누군가와 함께 투자를 하게 되었더라도 돈과 레버리지의 무서움을 더 크게 자각해야 할 것입니다. 앞으로도 좋은 기회가 생기면 또 공투를 하겠죠. 하지만 두 번의 실수는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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