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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쓰는 이야기

몰입의 경험은 소중하니까 - 포켓몬 신드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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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살 아이들과 초등 저학년 사이에 포켓몬을 빼면 제대로 대화가 될까요. 포켓몬 빵에서부터 시작해서 카드, 아케이드 게임, 보드게임, 스마트폰 게임, 키링 등 그 연령대 애들이 좋아하는 모든 매체에서 포켓몬이 빠지지 않습니다. 심지어 치킨 너겟이나 조미김에도 포켓몬 에디션이 등장하고 있죠.

 

아 이건 좀 에바다.. 싶었지만 집을 수 밖에 없더군요

 

포켓몬이야 6-9세 아이들이 커가며 한 번쯤 거쳐가는 관문 같은 느낌인데 최근 새로 재발매된 포켓몬 빵으로 그 인기가 폭발적으로 점화됩니다. 추억을 가지고 있던 2-30대도 오픈런에 참전하면서 빵 구하기가 하늘의 별처럼 되어버렸죠. 당근마켓에서 최소 2배 이상의 가격으로 거래되는 포켓몬 빵을 보면서 세상 참 많이 변했구나 싶었습니다. 제가 기억하는 포켓몬 빵은 그냥 원할 때 슈퍼에 가면 있던 그런 빵이었거든요.

 

올해 7살인 저희 첫째도 원래 포켓몬을 좋아했었습니다. 넷플릭스에 나와있는 포켓몬 시리즈들을 섭렵하고 각종 스티커북과 도감으로 포켓몬을 공부(?)하기에 이르렀죠. 한글도 포켓몬 도감 덕에 빨리 읽고 쓰게 된 측면도 없지 않습니다. 그런데 포켓몬 빵과 카드가 유행하면서 양상이 조금 달라지더군요.

 

바로 '수집'에 집착하게 된 것입니다. 빵을 구해달라고 조르거나 카드를 사달라고 떼를 쓰는 일이 많아졌죠. 아이가 좋아하면 뭐든 해주고 싶은 게 부모마음이긴 한데 사달라고 다 사줄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습니까? 교육적인 측면도 고려해야 하고요. 그리고 이제 슬슬 사회생활에 눈을 뜨는 시기다보니 친구들이 종종 어린이집에서 자랑을 한다며 넌지시 부모를 조르기도 합니다. 누구는 빵을 다 먹어봤대, 누구는 스티커 뭐뭐 있대, 누구는 아르세우스 Vstar 카드가 있대.. 이런 식으로 말이죠. 그렇다고 갖고 싶은대로 사주면 그 기쁨은 그야말로 잠깐에 그칩니다. 얼마 가지 않아 자기가 가진 것에 만족하기 보다는 갖지 못한 것에 갈망하는 아이를 볼 수 있죠. 옆에서 보는 입장에선 답답한 노릇이고요.

 

외면당한 쩌리(?) 카드들

 

늘 균형을 생각합니다. 좋아하는 걸 갖게 해주고 싶은 마음과, 그걸 긍정적으로 즐길 수 있는 측면에 대해서 말이죠. 그런데 전 아이들이 이렇게 어떤 특정한 아이템에 집착하는 것을 그렇게 나쁘게 보진 않습니다. 아이들이 쉽게 뭔가에 빠지는 건 당연하기도 하거니와 몰입이 주는 긍정적인 측면이 분명히 있기 때문입니다. 

 

가끔씩 놀랍니다. 수백종류에 이르는 포켓몬을 보기만 해도 이름과 상성과 진화형태를 척척 말하는 아이들을 보면 말이죠. 학습지 하라고 하면 장맛비에 절여진 빨래마냥 흐물흐물해지는 아이가 포켓몬만 보면 따로 몰래 과외라도 받은것마냥 척척 기억하는게 신기하기도 합니다. 이런걸 보면 전 몰입의 경험이 아이의 잠재력을 키워주는 역할을 한다고 보는 편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크기만큼 본인의 능력을 키울 수 있는거죠. 물론 이게 공부로 이염되기만 한다면야 너무 좋겠지만 그건 부모의 욕심인 것 같고요. 그래서 전 어느정도의 브레이크를 마련해 놓고 그 안에서 즐기게 하는 편입니다. 

 

#중고마켓에서는 사지 않는다

당근이나 기타 중고마켓에서 웃돈을 주고 사지 않습니다. 아이에게도 그렇게 사는 것은 진짜 포켓몬을 좋아하는 방법이 아니라고 말해주죠. 직접가서 같이 기다려서 사거나, 아니면 회사 내에 있는 편의점에 예약을 걸어놓고 구매하는 편입니다. (거의 한 달에 한번 꼴로 사게됩니다.) 이렇게 되면 아이들이 포켓몬 빵과 띠부띠부씰이 당연하지 않고 구하기 어렵다는 걸 직접 알게됩니다. 그만큼 구해주는 부모에 대한 고마움이나 빵/씰의 소중함도 알게 되고요. 

 

요새는 가오레 디스크를 당근마켓에서 사달라고 하길래 똑같이 얘기해줬습니다. 5성 디스크가 갖고 싶은 건 이해하지만 본인이 직접 게임을 하면서 얻어야 그 가치가 있는거라고요. 게임도 토/일 각 2번씩만 하도록 제한하고 있습니다. 

 

#칭찬스티커를 활용한다

이게 아직 경제관념이 없다보니 돈이란 게 얼마나 벌기 힘들고 귀중한 것인지 잘 모릅니다. 애들 입장에서는 지갑에는 항상 돈이 있고 꺼내도 꺼내도 줄지 않는 것처럼 보이겠죠. 아직은 아무리 설명을 해도 이해시키기가 쉽지 않더군요. 그래서 아내와 전 칭찬포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아이가 칭찬 받을 만한 일을 할 때면 칭찬포도알을 하나씩 붙여주는데 이걸 화폐처럼 쓰게하는 겁니다. 칭찬포도알 5개면 포켓몬GO 몬스터볼 100개 충전, 칭찬포도알 20개면 포켓몬스터 카드 한 팩, 이런 식으로요. 이렇게 하니 아이가 고민을 하더군요. 한정된 자원을 어떻게 활용해서 최적의 만족을 얻을지에 대해 연구하게 되는 겁니다. 어찌나 고민이 깊은지 포도 하나를 다 채웠는데도 아직까지 쓴다는 얘기가 없네요.

 

우리 첫째 지갑(?)

 

어떤 시절의 몰입은 평생의 원동력으로 남습니다. 지금와서도 초딩들과 경쟁을 하며 빵을 쟁취하는 30대 아저씨들처럼 말이죠. 굳이 인생에 유의미한 도움이 되지 않더라도, 어렸을 때 내가 어디까지 무언가를 좋아했었다는 기억은 추억으로 남을 것이고, 앞으로 성취하고자 하는 목표에 대한 동기부여가 될 거라고 믿습니다. 뭔가 이뤄본 사람만이 또 다른 걸 이룰 수 있는 법이죠. 제가 이런 얘기를 하는 이유는 나이가 들수록 뭔가 한가지를 좋아하고 파기가 갈수록 힘들어지는 걸 느끼기 때문입니다. 아마 제 또래의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요즘 제 또래들이 테니스나 골프를 즐겨한다고는 하지만 순수하게 그 자체에 매료된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승진해서 윗사람들과 어울려야 하니까, 건강이 안 좋아지다보니 운동 겸 한다는 경우가 많죠. 온전히 몰입하기에는 가족도 있고 일도 있고 아무튼 복잡하지 않습니까. 우리 첫째도 내년이면 학교에 가고 그 굴레 속에서 자기만의 즐거움을 찾기 위해 골똘이 궁리해야 할 것입니다. 부디 저와 아내가, 아이로 하여금 지금의 포켓몬이 즐겁고 행복한 몰입으로 남을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부모이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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