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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쓰는 이야기

제주에 가면 '형돈'을 만나보자 - 제주 이도이동 '형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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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제주로 휴가를 다녀왔습니다. 둘째가 지랄맞은 21개월인 관계로 웨이팅을 각오해야하는 소문난 맛집들을 갈 생각은 애초에 없었습니다. 원래 맛집을 찾아다니는 걸 좋아하지 않는 성격이기도 하구요. 그래도 제주하면 역시 흑돼지라는 생각에 숙소에서 가장 가까운 고기집을 찾았는데. 아, 이게 정말 대박이었습니다.

 

추적추적 비를 뚫으며 도착한 그 곳

 

#겉보기엔 평범한 고기집. 하지만...

 

유명한 숙*도나 짚*도 같은 곳과는 전혀 다른, 동네 골목에서 찾을 수 있는 투박한 동네 고기집 비주얼이었지만 이상하게 사람들이 미어터지더군요. 저희가 7시 조금 넘어 찾았는데 살짝 늦었으면 밖에서 기다려야 할 수도 있었을 것 같았습니다. 손님들은 현지인 반 관광객 반 정도의 비중으로 보였는데 조금 놀랬습니다. 왜냐하면 저희가 잡은 숙소가 전형적인 관광지랑은 거리가 먼 곳이었거든요. 제주 시내에서도 외곽에 가깝고 근처에 관광지라고 할만한 데도 많이 없어서 좀 의아했는데. 알고보니 관광객들에겐 꽤 이름있는 고기집이었던 것 같습니다. 

 

바쁜 주방에서 맛집의 포스가 풍긴다
고기에 집중하겠다는 의지가 느껴지는 메뉴판

 

#맛은 애들이 더 잘 안다

 

집 근처에 애들이 좋아하는 꽤 맛있는 고기집이 있습니다. 7살 첫째가 고기 먹고 싶으면 늘 거기를 가자고 할 정도인데, 첫째가 한 입 딱 먹어보더니 그러더군요. '여기가 그 고기집보다 더 맛있어.' 라고요. 전 조금 놀랐습니다. 그 집보다 맛있는 집이 흔치는 않을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저도 한 입 먹어봤는데.. 역시 애들 입맛이 정확하더군요. 

 

#말도 안되게 부드럽고 깔끔하다

 

저희는 600g 흑돼지로 주문했고 고기는 목살과 삼겹살이 절반정도 섞인 채로 나옵니다. 살짝만 더 구우면 될 정도로 미리 구워서 내 주는 시스템이라 애 둘 부모는 편했네요. 굽기전에 원육을 한 번 확인시켜 주시는데 애들 보느라고 미처 사진은 못 찍었습니다.

 

기본 상차림
처음 나온 목살
먹다보면 나오는 삼겹살 부위

 

처음에 목살로 추정되는 부위를 구워서 내어주시는데 저는 이렇게 부드러운 목살은 처음 먹어봤습니다. 목살이 아무리 부드러워봤자 결국에는 목살이고 출신에서 오는 조직감을 속일 순 없을텐데 치아에서 저항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씹으면서 이상하다?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부드러웠습니다. 거의 투뿔 한우의 그것에 비견되는데 투뿔 한우는 마블링에서 나오는 지방때문에 그러려니 하겠지만 이건 돼지목살이었거든요. 상식적으로 돼지목살에서 기대할 수 없는 육질이라서 먹으면서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숙성의 기술과 그릴링 기술의 조화가 아닐까 가늠할 뿐입니다.

 

#잡내 없는 깔끔함

 

부드러운 식감에 놀랐고 잡내없는 깔끔함에 다시 놀라게 됩니다. 일말의 잡내라도 찾아볼까 싶어서 비계 부분만 따로 씹어봤는데 아무리 애를 써도 느껴볼 수 없을 정도로 크리미한 지방의 풍미만 느껴졌습니다. 혹시나 김치찌개에 들어간 고기는 다를까 싶어서 그쪽 고기의 비계만 따로 씹어봤는데 역시 결과는 같았습니다. 기본적으로 원육이 매우 훌륭하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밖에 없었네요.

 

#수준높은 접객

 

손님들의 사정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젓가락을 떨어뜨렸을 때 보이는 직원들의 즉각적인 반응이나, 아이들을 먹이려고 따로 공기밥을 시켰을 때  아이들이 먹을 국을 따로 제공하는 센스라던지, 여러 디테일한 부분에서 접객이 잘 이루어지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서비스적인 측면에서 보아도 부족한 부분을 전혀 찾을 수 없었네요.

 

#싸고 좋은 건 없다

 

가격대가 조금 센 편입니다. 유명하다는 숙*도나 짚*도 보다도 높았는데요. 하지만 독보적인 육질을 생각할 때 과연 이 이상의 선택지가 있을까? 싶은 건 사실입니다. 그정도로 고기에 임팩트가 있었습니다. 육지인들 보통 제주도에 일년에 1-2번 온다고 생각하면, 비싸긴 하지만 그때마다 한 번씩 들르기에 부담되는 가격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기왕에 먼 길 왔으니 맛있는 거 먹어야죠. 저희 부부가 좀 더 젊었으면 백돼지도 한 번 먹어보며 비교를 해보는 건데. 그건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아이들을 대동하고 고기집을 가면 여러모로 신경쓰이고 맛도 제대로 보기 힘든게 사실인데 여기서는 고기도 다 구워주고, 아이들도 많이 배려해주셔서 기분 좋게 한 끼 먹고 갈 수 있었습니다. 음식점은 맛으로만 평가받는게 아니죠. 여러모로 저희에게는 최고의 고기집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언젠가 제주를 다시 찾는다면 꼭 다시 가 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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