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경기였으면 재미지게 봤을텐데. 우리나라 경기라서 참 손에 땀을 쥐었네요. 옛날 국축 생각하면 참 많이 달라졌습니다. 월드 클래스가 모이는, 세계에서 가장 큰 경기에서 이렇게 경기할 수 있다는 게 대단하게 느껴졌네요.
비긴 결과가 아쉬울 만큼 과정이 좋았습니다. 반백년 동안 지겹도록 들었던 그 결정력 하나가 아쉬웠네요. 그런데 그게 우리나라가 못해서 아쉬운 게 아니라 우루과이 정도 되는 팀과 대등하게 맞붙은 결과라는 건 충분히 긍정적인 모습입니다. 우리가 침대축구를 하거나 텐백을 한 것도 아니었잖아요? 세계적인 강팀을 상대로 두려움 없이, 가드 내리고 난타전을 펼쳐도 지지 않을 정도로 성장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멤버가 좋다는 점도 있지만 이번 대표팀은 팀으로서 매우 단단하다는 게 느껴집니다. 긴 시간 대표팀을 꾸준히 맡아오며 담금질 해 온 벤투 감독의 공이 크겠죠. 게다가 키맨인 손흥민이 사실상 절반 이하의 컨디션으로 임했다는 걸 감안하면 더더욱 놀라운 일입니다. 손흥민 정도 되는 선수에게 이상이 생겨도 팀이라는 유기체가 그 빈틈을 메꿀 수 있다는 걸 오늘 경기로 확인한 것 같네요.
심판도 23번째 플레이어라는 건 오늘같은 경기를 두고 하는 얘기겠죠. 팍팍한 듯 은근히 편파적인 판정이 거슬리더군요. 두 번의 골대 행운과 바꿨다고 생각하는 게 정신 건강에 좋지 않을까 싶네요.
그래도 한 골이 못내 아쉬운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다소 아쉬운 결과를 뒤로 하더라도 그 과정이 앞으로 남은 경기를 기대하게 합니다. 강팀들은 조별 리그를 거치며 서서히 폼을 끌어올린다지만 우리나라 정도 되는 팀에게 월드컵은 매경기가 총력전입니다. 가나와 포르투갈 전에서도 지금 정도의 폼을 유지할 수 있다면 사상 두 번째 원정 16강도 꿈은 아닐 것 같네요. 승점 1점이라는 결과가 아쉬울만큼, 좋은 경기력이었습니다. 다음 경기가 무척 기대가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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