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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쓰는 이야기

분위기로 일단 먹고 들어간다 - 화덕고깃간 (역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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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 장소로 강남역 만한 장소가 없지만 거기서 뭘 먹을거냐고 하면 고민이 되는 게 사실입니다. 좋은 가게 맛있는 가게 많지만 그보다 사람이 몇백배는 더 많은 게 문제죠. 어디를 가도 사람이 꽉 차고, 게 중 분위기 좋거나 맛있다고 소문난 집은 웨이팅을 감안해야 합니다. 하지만 강남역에서 한 정거장 떨어진 역삼역은 분위기가  다르더군요.

 

금요일이라 사람 많은 건 매한가지지만 강남역에 비하면 충분히 여유가 있습니다. 대신 가게들이 오래된 티가 나고 힙(?)한 느낌은 없긴 하지만 그만큼 맛은 어딜가도 보장될 것 같은 느낌이네요. 직장인들 상대로 오래 장사하려면 아무래도 보통 내공으로는 힘들겠죠. 그 중 친구가 추천한 고기집이 '화덕고깃간'입니다. 

 

뭐 간판에서부터 모든 걸 설명하고 있는 고깃집인데요.

 

 

테이블마다 화덕이 있는 고깃집이라니. 과격한 컨셉은 좋은데 과연 맛은 어떨지 궁금해지더군요.

 

 

들어가서 자리를 앉자마자 눈에 띈 건 커다란 솥뚜껑이었습니다. 솥뚜껑은 업장에서 쉽게 채택하기 어려운 소재인데요. 고가이기도 하지만 자칫 관리를 잘못하면 녹이 쉽게 슬기 때문입니다. 업장에서 쓰기에는 사람 손이 많이 간다는 의미죠. 하지만 기존의 다른 불판들보다 열이 고온으로 더 오래 유지된다는 점에서 유리하다고....들 하지만 제 개인적으로는 분위기의 역할이 더 큰 느낌이었습니다. 토속적인 인테리어에 잘 어울리는 아이템이죠. 우리나라에서 가장 첨단을 달리는 도시 중 한 곳인 역삼역 근처에서 느끼는 이질적인 분위기라는 점도 클 것 같습니다. 

 

테이블 마다 위치해 있는 장작 화덕

 

이 가게의 킬포는 이 지점입니다. 테이블마다 아래에 장작 화덕이 있는거죠. 여기서 손님이 주문한 고기를 초벌해서 내놓습니다. 고기집에서 불멍(?)도 할 수 있는 메리트가 있다고 할까요. 사실 이런 시스템이 효율로 만들어진 건 아닐것입니다. 업장의 편의나 맛의 측면보다는 소비자의 경험에 투자하는 거죠. 화덕에서 일렁이는 불빛은 시각적, 경험적인 감각도 충족시켜줍니다. 솔직히 요식업 경쟁의 꼭지점에 있는 강남 / 역삼 상권에서 돼지고기 원육의 맛이야 크게 차이가 있겠습니까. 술이라도 한 잔 들어가면 그 차이를 누군들 쉽게 구분할 수 있을까요. 그런면에서 다양한 측면의 만족감을 파고든 것 같습니다. 

 

 

솔직히 고기 그 자체의 맛은 그리 특별하지 않습니다. 화덕에서 초벌해서 맛이 더 끌어올려지는 것도 잘 모르겠고. 요즘 고기집에서 흔히 해주는 그릴링 서비스도 살짝 부실합니다. 그냥 고기 나오면 알아서들 구워야 합니다. 워낙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금요일 저녁에 그런 걸 바라는 건 좀 무리겠죠. 그렇지만 나오는 반찬들과의 밸런스가 좋고, 무엇보다도 장작 화덕과 솥뚜껑이 주는 그 '분위기'가 무시할 수 없습니다. 어디 가평 어드메에 여행와서 고기 구워먹는 그런 느낌이랄까요. 주변 직장인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요소가 분명히 있는 것 같습니다. 

 

솥뚜껑을 불판으로 쓰는 고기집 만나기 힘듭니다. 화덕이 있는 고기집은 더더욱 만들기 힘들죠. 하물며 둘 다 가지고 있는 집을 쉽게 만날 수 있을까요. 이 집은 그런 의미에서 경험해 볼만한 측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음식의 맛을 끌어올리는 여러 방식을 만날 수 있는 식당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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