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조금 타이밍이 어긋난 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지금 좋은 주식 나쁜 주식이 어디있나요. 죄다 떨어지는 못된 주식만 있는 상황이죠. 하지만 그래도 오늘 공부한 자에게는 내일의 기회가 온다고 믿어야죠. 이 책은 트위터에서 부동산 디벨로퍼 일을 하는 분께 추천을 받아서 읽은 책입니다. 주식책은 제법 읽었다고 생각해서 이런 입문 책을 읽는데에 좀 주저하는 마음이 없잖아 있었는데 책이 무척 신선하면서도 묵직하더군요. 알고 있던 건 새롭게 다시 새기고, 몰랐던 것들은 돌아보게 하는 책이었습니다.
삼프로TV 같은데에서 자주 나오는, 유명한 애널리스트들이 쓴 책도 여럿 읽어봤었는데 뭔가 핵심이 빠진 것 같은, 아쉬운 느낌들이 늘 있었습니다. 좋은 내용인 건 맞는데 교과서 같은 느낌이랄까요? 맞는 말이고 도움이 되는 글들인데 뭔가 쫙쫙 빨리는(?) 그런 느낌들을 느낀 책은 많이 없던 것 같습니다. 실제 현업에 있고 방송도 나오는 만큼 실제 회사나 주식에 대한 의견을 과감하게 내기 힘들기 때문이겠죠. 우리나라 증권 리포트에 매도의견이 없는 것처럼 현업 애널리스트들의 책 또한 뭔가 빠진 것 처럼 밍밍한 느낌이 없잖아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은 진짜 실전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의 냄새가 납니다. 업종과 회사를 가리지 않고 때로는 신랄하게 때로는 과감하게 좋은 주식과 나쁜 주식에 대해서 확신을 담아 적어내려갑니다. 유상 증자를 거듭하는 대한항공을 언급하며 대놓고 나쁜 주식이라고 언급하기도 하고 증권사 애널리스트들과 이코노미스트들을 '둔하다'며 깎아내리기도 하죠. 은행업에 대해서는 미래가 불투명하다며 장기 투자자는 매수할 이유가 없다고도 일갈합니다. 강단있는 문체로 솔직하고 자신있게 써 내려가는 스타일이 글의 내용에 신뢰를 더하는 듯 합니다. 현직에 있는 이코노미스트나 애널리스트들이 결코 쓸 수 없는 문장들이죠.
인상깊었던 문장 중 하나는 좋은 주식과 나쁜 주식에 대한 정의입니다. 흔히 좋은 기업의 주식을 좋은 주식이라고 익히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거죠. 좋은 기업임에도 주가가 너무 올랐다면 이건 나쁜 주식이고, 나쁜 기업임에도 주가가 너무 저평가된 구간에서 횡보한다면 이건 좋은 주식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걸 정교하고 냉철하게 고르고 분석하는 능력이 주식 시장에서 성공하는 첩경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 책은 21년에 나온 책입니다. 오늘을 예측하고 쓸 순 없죠. 작가가 책에서 그렇게나 칭찬하던 LG생활건강은 반토막을 넘어 1/3토막까지 떨어집니다. 테슬라에 대해 고평가 됐다며 부정적인 뉘앙스로 언급했지만 테슬라는 그래도 이 폭락장을 어느정도 방어하는 데에 성공하고 있고 실적과 비전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몇 안되는 기업으로 자리잡고 있죠. 여기서 느끼는 점은 평생 주식으로 먹고 살고 심지어 성공한 사람도 종종 틀린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주식을 위험자산이라고 일컫는 거겠죠. 아마 이 작가는 이 책의 이런 내용을 떠올리면서 조금은 민망해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전 이렇게 과감하게 본인의 의견을 소신있게 책에 담아준 작가에게 고마움을 느낍니다. 그만큼 본인의 노하우를 가감없이 담았다는 얘기도 되기 때문이죠. 그런 면에서 여기에 담긴 내용이 분명히 쓸모가 있으리라는 확신을 가지게 됩니다.
경험은 그 어떤 수단으로도 살 수 없는 가치를 가집니다. 경험에도 질적인 차이가 있겠죠. 이남우 교수의 노하우와 경험이 제 투자 밑바닥에 주춧돌로 남아있게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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