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사라져버린 거물 사업가
이 책은 서문에서부터 놀랍도록 독자를 끌어들입니다. 중국 상류층에서 성공가도를 달리던, 이혼한 전 부인이 갑자기 사라져버렸다는 내용으로 시작합니다. 중국공산당 최고위급과 소위 '꽌시'를 자랑하던 , 수십조원의 부동산 프로젝트를 주관하던 거물은 어쩌다 어느날 갑자기 실종됐을까요. 이 수수께끼같은 사건에서부터 이 책은 시작됩니다. 흡사 미스테리 장르소설의 시작같기도 하네요.
#작가의 일생으로 만나는 중국의 성장가도
작가는 출생에서부터 이혼한 전 아내가 실종되기까지 근 40년의 시간을 차근차근 되돌아봅니다. 중국은 그 시간동안 그 어떤 나라보다 크게 성장했고 이는 작가의 인생에도 그대로 반영됩니다. 아버지는 출신성분이 불량하다는 이유로 살던 집을 몰수당했고 공산당이 일방적으로 나눠준 집에서 힘겨운 유년시절을 보냅니다. 하지만 중국의 발전상은 작가의 생활에도 그대로 반영됩니다. 어머니 집안 인맥의 도움이 있었고, 아버지에게 여러 운이 따르긴 했지만 중국이 발전하는 만큼 작가의 인생 또한 발전해 나갑니다. 해외 유학까지 다녀온 후 여러 사업에 진출하는 작가의 모습은 중국이 그 당시 얼마나 역동적으로 성장하던 나라였는지를 떠올리게 만듭니다.
#원자바오 총리 가문과 연결되다
하지만 작가의 사업은 쉽게 풀리지 않았는데요. 미국에서 경제학 공부를 한 작가의 기준에서 중국에서의 사업은 예측불가능한 영역이 너무나도 많았습니다. 모호한 법규는 고위 관료들의 편의에 따라 언제든지 뒤집힐 수 있었고, 일명 '꽌시'라고 불리는 중국 특유의 관계는 미국 유학을 거친 작가의 입장에서는 쉽게 적응하기 어려운 난관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원자바오 총리의 부인과 특별한 관계를 맺고 있던 휘트니 단이라는 인물을 만나게 됩니다. 서문에서 실종됐다고 한 전 부인이죠.
#상류층으로의 도약, 그리고 위기
작가의 아내가 되는 '휘트니 단'은 중국식 '꽌시'에 능수능란한 여성이었습니다. 미국식 경제학을 전공한 작가와 무려 원자바오 총리의 부인과 '꽌시'를 맺고 있던 휘트니 단은 서로의 부족한 점을 보완해줄 수 있는 완벽한 한 쌍이 되었습니다. 둘은 거침없이 사업을 확장했고 성공가도를 달립니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런 스토리가 중요한 건 아닙니다. 이 스토리에서 나오는 중국 최상류층의 적나라한 실상과 중국 공산당의 실체는 이 책에 끝까지 눈을 떼기 어렵게 만듭니다.
#홍색귀족의 세계와 상상을 초월하는 사치
중국은 태자당, 공청단, 상하이방등의 계파가 익히 알려져 있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중국의 부는 이른바 홍색귀족이라고 불리는 귀족 계급을 중심으로 돌아갑니다. 핵심 이권은 오직 이들만이 접근할 수 있고 최소한 이들과의 인맥이 있어야 작은 떡고물이라도 노릴 수 있습니다. 그들이 그렇게 외치는 공산주의라는 네 글자가 무색할 지경이죠. 게다가 그들의 사치는 정말 상상을 초월합니다. 유럽 여행에 전세기를 운영하고 그 안에서 수십억이 오가는 도박을 하며 도착해서는 쇼핑의 광란을 벌입니다.
그들의 마치 콜로세움의 검투사 같았다. 누가 얼마나 더 많이 살 수 있는지 경쟁했다.
너무 많은 돈을 써서 부가가치세 환급 절차가 3시간이나 걸렸다.
그 와중에 VIP 라운지에서 카드 게임을 하다가 20만 달러를 잃었다.
#중국의 이면을 드러내는 적나라한 기록
작가의 일대기를 지켜보다보면 왠지 하늘을 탐해 날개를 달고 올라가다 밀랍이 녹아 추락한 이카로스를 떠올리게 합니다. 아무리 발버둥을 친다고 해도, 중국에서는 홍색귀족이 아닌 한 결국 땔감으로 처분되기 마련입니다. 여기에 등장했던 많은 인물들이 휘트니 단과 같은 처지가 됩니다. 공산당은 그들의 필요에 의해 부정부패를 이유로 숙청을 단행하고 특유의 모호한 법률로 지도부의 의도에서 벗어나는 기업인들에게 철퇴를 내립니다. 작가와 부인이었던 휘트니 단 또한 여기서 자유롭지 못하죠. 이 과정에서의 생생한 증언들이 이 책을 마지막까지 놓지 못하게 합니다.
#중국의 미래는 어디로 갈까
중국은 덩샤오핑 이후 외국 자본에 대한 개방을 단행하면서 빠른 속도로 성장합니다. 하지만 시진핑 이후의 중국은 중국이 성장했던 공식과 정반대의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게다가 마오쩌둥의 실정에 대한 반성으로 유지되어왔던 집단지도체제마저 허물고 1인 통치체계를 만드려는 시도도 진행되고 있죠. 작가와 전 부인 '휘트니 단'의 몰락은 그 연장선상에 있으며 어떤 상징과도 같습니다. 그동안의 성장공식을 버리고 G2로의 부상을 준비하는 중국과, 폐쇄적인 1인 지휘체제로 회귀하여 서방세력과의 대립으로 치닫는 중국. 중국의 미래가 그리 밝지만은 않아보이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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