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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피 1억의 교훈 - 대구 분양권을 정리하며 (1)
어제는 좀 쓰린 날이었습니다. 그간 보유하고 있던 대구 오피스텔(아파텔) 분양권을 양도한 날이거든요. 문제는 손해가 막심하다는 겁니다. 무려 마이너스 피가 1억이었으니까요. 한때 (호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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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사검일이 됐습니다. 물건은 잘 빠졌고, 눈에 띄는 하자도 없습니다. 구조도 좋고 뷰도 막힘없이 좋습니다. 불행 중 다행이지만 중요한 건 이 물건이 팔리지 않는다는거죠. 이미 마피는 4천을 넘어 7천까지 내려갔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질은 없습니다. 이쯤되면 마피로 손해보며 넘길 바에는 일단 어떻게든 등기를 치며 기다리는 선택도 있을법하죠. 여기에서 제 패착이 나옵니다.
투자 실패를 가정한 플랜이 없었다
하락장을 겪어본 적이 없으니 이 투자가 실패했을 때의 플랜을 세워본 적 또한 없던 것입니다. 성공했을 때와 실패했을 때의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그 상황이 벌어졌을 때 냉정하게 잘라냈어야 했습니다. 애초에 등기를 칠 여력도 안되면서 분양권을 이렇게나 끌고온 거 자체가 실수였던 거죠. 내가 내 스스로를 코너로 몰아붙인 겁니다.
판단을 빨리 했다면 손가락 마디 하나 잘라내고 끝낼 문제가, 이제 다리 한 쪽 정도는 통째로 잘라내야하는 상황이 되어버린 거죠. 애초에 전매를 목적으로 산 거면서 전매에 실패한 겁니다. 입주일 1년 전쯤에 어떻게든 넘겼으면 마피 1억까지 손해가 나진 않았을 겁니다.
잘라낼 땐 과감하게
그러던 중에 대구 부동산 사정에 눈이 밝은 아는 동생이 넌지시 알려줍니다. '마피 1억'이면 매수 의향이 있다는 사람이 있다고요. 이 소문을 믿고 수성구 부동산에 올렸던 마피를 1억으로 바로 낮춥니다. 기존 7천에서 3천이나 내린 가격이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대로 시간이 흘러 중도금이 연체되고, 신용에 직격탄을 맞으면 그동안 투자에 썼던 레버리지도 무너져버리게 되니까요. 파산의 도미노는 어떻게든 피해야 했습니다.
어째서 사람은 목에 칼이 들어올 때 쯤이 되어야 정신이 맑아지는지 참 신기합니다. 이 과감함을 1년 전에 발휘했으면 어땠을까요. 아쉽지만 지나간 시간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매수자는 1억하고도 5백을 더 불렀고, 저는 200을 더 얹어주는 선에서 딜을 마쳤습니다. 매수자를 너무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진 않았습니다. 제가 매수자라도 똑같이 했을 테니까요. 매수자를 만나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면서 배우는 점도 많았습니다. 매수자 이야기는 다른 포스팅에서 따로 다룰 예정입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이런 일련의 과정을 보면 부동산 투자에 실패하는 사람의 전형적인 루트가 아닐 수 없습니다. 절대 이래서는 안된다의 표본과도 같은 사연이랄까요. 책을 보며 비웃었던, 실패했던 사람들의 투자 사례 그대로의 모습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마도 제 물건은 수성구 오피스텔의 동급 물건 중 최저점으로 기록될 확률이 많습니다. 아파트 시장은 이미 살아나서 마피는 이제 옛날 얘기고 시간이 더 지나 외부 투자자들이 유입되면 오피스텔까지 회복의 온기가 미치는 건 시간문제일 것입니다.
저는 시간이 없었고, 레버리지도 없었고, 전략도 없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섣불리 위험한 투자를 해서는 안되는 거였습니다. 상승장의 운을 믿고 겁 없이 '대체 상품'에 손을 댔다가 망한거죠. 오피스텔 자체가 위험한 투자 상품은 아닙니다. 그 상품에 대해 제대로 몰랐던 제가 스스로를 위험에 빠뜨린 것입니다. 준비도 공부도 없이 상승장이라는 파도에만 실려가려다 그 파도가 사라지자 가라앉아 버린겁니다.
1억이란 돈은 정말 큰 돈입니다. 아이들에게 더 좋은 교육을 시켜줄 수 있었고, 고생하는 아내에게 가방이라도 몇 개 사줄 수 있었을 것입니다. 양가 부모님들께 안마의자라도 하나씩 사드렸을 수도 있겠죠. 이번 여름에 해외여행을 갈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 큰 돈을 멍청하게 날려버렸고 언제 회복할 수 있을지 기약은 없습니다.
그래도 일말의 긍정적인 점을 찾자면 다시는 이런 실수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제가 나이 6-70에 이런 실수를 했다면 어땠을까요. 지금보다 훨씬 치명적인 타격을 줬을 것입니다. 남은 여생이 절벽 끝에 매달리는 상황이겠죠. 그나마 젊을 때 실수를 해서 차라리 다행입니다. 아내와 같이 열심히 벌면 그래도 회복하기 어렵지 않는 금액이니까요.
부끄러운 이야기를 이렇게 올리는 이유는 다시 실수하기 않기 위함입니다. 제 비루한 경험이 이걸 보는 투자자들에게 일말의 도움이라도 되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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