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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버는 이야기

마피 1억의 교훈 - 대구 분양권을 정리하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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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좀 쓰린 날이었습니다. 그간 보유하고 있던 대구 오피스텔(아파텔) 분양권을 양도한 날이거든요. 문제는 손해가 막심하다는 겁니다. 무려 마이너스 피가 1억이었으니까요. 한때 (호가라지만) 플러스 피가 1억 6천에 달하던 분양권이었는데 결국은 이렇게 되어 버렸네요. 이 거래를 복기하면서 느꼈던 교훈을 정리하고자 합니다. 

 

ㅠ_ㅠ

 

오피스텔이나 상가, 지산에 홀리게 되는 과정


우리나라에서 부동산 투자는 곧 아파트 투자와 동의어 입니다. 규격이 정해져 있고, 수요가 항상 존재하며, 거래가 활발하여 현금화 하기도 쉽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세계에서 우리나라에만 있는 '전세'를 이용한 무이자 레버리지까지 이용할 수 있으니 부동산 투자 중 가장 쉽고도 가장 수익성이 높은 투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면 가장 먼저 아파트 가격이 오르게 되는데 집값이 서민 생활에 밀접하다보니 규제 또한 가장 먼저 두들겨 맞게 됩니다. 지난 상승장에서 두드러졌던 규제는 대출 규제와 세금 규제가 있었습니다. 특히 세금 규제가 본격적으로 들어가자 집값이 올라도 대부분의 차익을 세금으로 토하게 되는 상황이 비일비재했죠. 여기에 취득세까지 최대 12%로 가중되다보니 아무리 집값이 오른들 수익률이 현저히 떨어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단계까지 오면 투자자들은 자연스럽게 아파트의 대체제를 찾게 되죠. 규제가 상대적으로 덜한 투자대상을 찾아 들어가게 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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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만난 대구 오피스텔


저도 그렇게 상승장에 홀려 대체 투자상품을 찾던 도중, 회사 동기가 발견한 물건을 하나 보게 됩니다. 대구의 핵심지, 수성구 범어네거리에서 분양하는 오피스텔을 발견한 겁니다. 말이 오피스텔이지 구조나 인테리어가 59타입 아파트와 완전히 동일한 상품입니다. 모델하우스만 보면 영락없는 아파트죠. 일단 상품성이 좋다는 게 선택의 이유였습니다. 완벽한 '아파트의 대체상품'으로 보였거든요.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전매규제를 피해갈 수 있는 상품이었던 게 컸습니다. 당시 대구 수성구는 전 지역이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어 있어 모든 분양권들의 전매가 금지된 상황이었습니다. 일단 사는 순간 등기를 쳐야한다는 거죠. 하지만 예외가 있었습니다. 100세대 미만 분양 오피스텔은 전매가 가능했던 거죠. 

 

그리고 입지는 당시 수성구 대장 아파트였던 '범어 센트럴 푸르지오' 바로 옆에 위치해 있어서 입지적인 조건도 완벽한 상품으로 보였습니다. 세대수가 적다는 약점이 있지만 장점들이 그걸 덮을만큼 크다는 거였죠. 그래서 나와 다른 회사동기 셋은 다 같이 수성구로 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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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분위기는 좋았다


당시 미분양이었던 이 오피스텔을 계약하면서 MGM까지 받을 수 있었습니다. 당시 뜨거운 부동산 열기를 생각하면 수성구에서 MGM을 받으면서 분양권을 산다는 게 참 신기했고, 왜 대구 사람들은 이걸 사지 않는지 의아해했던 기억이 납니다. 사실 그 당시에 이런 조건의 상품이 경기도 주요 입지에 있었다면 진작에 사라지고도 남았을 조건이었거든요. 전매가 허용되니 투자자 입장에서는 최적의 상품이었던 겁니다.

 

분양권 계약한지 얼마 되지 않아 아파트 대체재를 찾는 사람들의 눈길이 대구까지 뻗쳤고 피는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당시에는 주요 입지마다 고분양가의 오피스텔 분양이 막대한 경쟁률을 기록하며 성공하는 분위기였고, 그 분위기를 타서 생숙이나 지산 같은 상품들 또한 같이 불타올랐던 시기였습니다. 저도 당시에는 유망 오피스텔 모델하우스를 돌아다니며 분양신청을 많이 넣었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때 안 된게 조상님이 도우신 게 아닌가 싶네요. 

 

제가 산 대구 오피스텔도 호가로 플러스 피가 1억 6천까지 오르며 정점을 찍었습니다.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스스로 뿌듯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적어도 이때까지는요.

 

방망이를 짧게 잡았어야 했다


이 시점에서 하락장을 경험하지 못한 초보 투자자의 실수가 드러납니다. 이 상승장이 언제까지나 계속될 것 같은 착각에 빠지는 거죠. 사실 책으로도 읽었고 머리로도 다 아는 사실입니다. 주택의 상승세가 주택 대체제의 상승세까지 오면 상승장의 종말점이 가까워 오는 신호고, 하락장은 그 역순으로 주택이 아닌 상품들부터 강하고 빠르게 찾아온다는 걸요.

 

방망이를 짧게 잡고 나왔어야 했는데 기회를 놓쳐버립니다. 미국 발 금리인상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촉매삼아 폭발적으로 진행되면서 우리나라의 금리 또한 같은 속도로 상승합니다. 여기서 시장이 돌아서는 속도를 느꼈습니다. 시장은 정말 순식간에 돌아섭니다. 절벽을 오르려면 시간이 걸리지만 떨어지는 건 순간인 것과 같습니다

 

분양권 보유 2년이면 양도세율을 일반세율로 적용받을 수 있다는 유혹이 컸습니다. 시장이 심상치 않다는 걸 느끼면서도 눈 앞의 작은 이익에 홀려 시간을 끌게 됐고 결국 매도 타이밍을 놓치게 된 겁니다. 사실 작년 10월 쯤에 무피로 올려놨으면 팔렸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사람의 심리가 그게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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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상품의 가치를 냉철하게 판단했어야 했다


호가라지만 플러스 피가 1억 6천까지 올랐던 물건을 순식간에 무피로 넘길 수 있는 사람은 흔치 않습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1억 6천이라는 그 플러프 피조차 그저 공허한 '호가'에 불과했다는 겁니다. 내 상품의 가치를 냉정하게 측정하지 못했던 거죠. 피를 8천, 4천으로 내려도 콜은 오지 않습니다. 애초에 세대수도 적고, 실수요가 거의 없으며 (특히 대구에서는), 공급까지 넘쳐나는 상품이 하락장에 제대로 거래가 될 리가 없으니까요.

 

규제들이 하나 하나 풀리면서 수성구의 투기과열지구 지정도 풀리자 이 상품의 강점이었던 전매 가능이라는 이점도 아무 소용이 없어졌습니다. 

 

게다가 대구란 곳이 정치적인 성향뿐 아니라 투자에 있어서도 엄청나게 보수적이란 것도 원인 중 하나였습니다. 대구에서는 오피스텔을 쳐다도 보지 않습니다. 그 어떤 상상을 하든 그 이상으로요. 임대수요는 있을지언정 매수수요는 거의 바닥인데 하필 아파트 분양물량까지 넘쳐납니다. 아파트도 마피가 속출하는데 누가 오피스텔에 눈길을 줄까요. 

 

수십개 부동산에 문자를 뿌리고 복비 2배를 걸며 기다려도 시장은 미동도 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어느덧 입주일이 다가옵니다. 

 

 

(글이 길어져서 내일 2부로 찾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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