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에 관심을 가질 수록 투자라는 단어는 때로 농담처럼 느껴집니다. 기업의 본질과 상관없는 테마에 30% 씩 오르내리는 주식들을 보고 있으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들죠. 이런 걸 볼 때 양가적인 감정이 느껴집니다.
나도 저런 걸 콕콕 집어낼 수 있다면..
이게 주식이야? 도박장이야?
어떤 감정이든 투자라는 행위에 도움이 되지 않는 건 분명해보입니다. 코스피는 박스권을 오락가락하고, 부동산은 회복하는 듯 하지만 어쩐지 미적지근합니다. 대내외 환경은 특별히 나아진 게 없어보이고, 불확실성의 안개는 제대로 걷히지 않았습니다. 모든 게 애매하고 뜨뜨미지근한 오늘, 미래는 어디에 있을까요?
학자 같은 투자자
홍진채 대표를 처음 알게 된 건 삼프로TV를 통해서였습니다. 삼프로TV가 숨어있던 많은 투자 고수들을 스타로 만들었는데 그 중 한 명입니다. 자못 학자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분입니다. 음식으로 치면 슴슴한 사찰음식 같은 느낌이랄까요. 주식이라는, 고자극 매운맛 장르에 몸 담고 있으면서도 이런 분위기를 풍길 수 있다는 게 신기했던 기억이 납니다.
단기적인 이슈 해석이나 시장 전망 예상보다는 주로 책 소개나 투자의 자세에 대해 강조하는 컨텐츠에 많이 출연했습니다. 투자에 있어 뭐가 중요한지를 분명히 알고 있고 그것을 흔들림 없이 지켜나간다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버핏 그리고 그레이엄
그런 홍진채 대표가 책을 냈을 때도 선뜻 손이 가진 않았습니다. 사찰음식 보고 맛있겠다며 빨리 먹고 싶다 이런 감정이 들지는 않잖아요. 그런데 읽어보니 지금 같은 시장에서 읽기 적합한 책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대체 언제적 버핏이고 그레이엄이냐 하실 순 있습니다. 저도 여러 책 읽어봤지만 이게 지금도 통한다고 생각하고 보진 않았거든요. 홍진채 대표는 투자의 구루라고 불리는 거장들의 어깨 너머에 투자의 진리가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버핏과 그레이엄의 투자를 철저히 해부합니다.
우리는 버핏과 그레이엄의 투자 철학을 오해합니다. 버핏은 인터넷에 떠도는 몇몇 경구로 그의 투자 전체가 판단되는 경우가 흔하고, 그레이엄은 지금은 통하지 않는 해묵은 담배꽁초 투자자로 오해당합니다. 가까운 친구도 한 문장으로 표현하기 힘든데 시대를 풍미하고 투자의 지표를 완전히 뒤바꾼 거장을 한 문장으로 판단할 수 있을까요? 홍진채 대표는 단호하게 NO를 외칩니다.
거장들의 어깨 너머로
다소 지루할 순 있습니다. 거장들의 헉소리나는 성과나 그들이 말하는 투자 원칙들은 이미 익숙합니다. 다 알고 있습니다. 투자에 어떤 공식같은 건 없고 꾸준한 노력과 성실한 태도로 길고 긴 복리와의 싸움에서 승리해야 한다는 걸요. 이걸 모르는 투자자는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늘 테마에 손을 대고, 떨어지는 주식에 물을 타고, 상승세에 있는 주식을 팔아버리죠.
그렇게 돈을 벌 수는 있습니다. 세계에 있는 모든 원숭이들에게 동전 10번을 던지게 하면 10번 다 앞면이 나오는 원숭이가 몇 마리는 나오겠죠. 하지만 나와 당신은 그런 원숭이가 아니며 그런 확률에 몸을 던지는 건 어리석은 자해에 불과합니다. 이런 당연한 소리를 하는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끊임없이 흔들리고 유혹에 빠지기 때문입니다. 숫자가 아닌 미사여구에 홀리고 냉정한 예측보다 허망한 꿈에 끌리기 때문입니다.
버핏과 그레이엄을 다룬 책이기에 마치 투자의 개론서 같은 느낌입니다. 버핏과 그레이엄에 대해 다 안다고 생각했다면, 그들의 투자는 한 물 갔고 케케묵은 옛날 얘기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면, 더더욱 이 책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작가가 말했듯이 미래를 볼 수 있는 길은 오직 과거에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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