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에 있어서 22년도는 '일몰'이었습니다. 설마 설마 하던 일들이 실제로 일어나고 희망은 완전히 가라앉은 듯 보였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살아있고 빛이 보이지 않더라도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래서 가볍게 앞으로의 전망을 한 번 해보고자 합니다. 나만의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어야 다가오는 상황에도 당황하지 않고 대응할 수 있겠죠.
(아래의 전망은 근거가 희박한 뇌피셜로 범벅된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며 객관성을 담보하고 있지 않습니다. 근거있는 지적과 꾸짖음은 언제든 환영입니다.)
1. 금융자산화 된 부동산 시장
상승장 막바지의 부동산 시장은 정말 무서울 지경이었습니다. 테마에 따른 투자자들의 반응이 매우 빠르고 기민했죠. 마치 주식시장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어디에 GTX 역이 생긴다는 소식이라도 들리면 그 지역 실거래가가 그 즉시 폭등하곤 했죠. 이런 상승장 막판 부동산 시장의 특징은 금리 인상기에 그 특징을 다시 보이게 됩니다.
원래 부동산과 금리는 함께가는 종류의 지표는 아니었습니다. 과거 기록을 보면 금리가 오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가격이 함께 올랐던 시기도 있었습니다. 원래 금리가 상승한다는 건 호황의 증거고 부동산 또한 그 경제상황을 따라가는 건데 문제는 22년의 금리 인상은 그 성격이 사뭇 달랐다는 점입니다.
누구도 상상하기 힘들었던 러-우 전쟁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의 촉발로 줄곧 Transitory를 외치던 미 연준의 스탠스가 완전히 바뀌어 버렸고 시장 참여자들은 온전히 급격한 금리상승의 충격을 몸으로 받게 됩니다. 문제는 우리나라 부동산에 돈이 너무 많이 들어가 있었다는 점이죠. 코로나 이후 초저금리의 버프를 받고 상승해 온 부동산은 그 상승분을 모조리 반납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앞으로 이런 상황이 얼마나 더 이어지게 될까요? 전 앞에서 부동산 시장이 금융자산화 되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럼 그 예후도 주식이나 채권들이 움직이는 방향성과 유사하게 갈 거라는 가정을 하고자 합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유명한 하이먼민스키 모델인데요. 이 모델을 누구나 알고 있지만 이 모델에서의 바닥에서 살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 바닥을 알 수 있는 사람은 누구도 알 수 없다는 게 문제겠죠. 주간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를 보면 연일 최저치를 갱신하며 내려가고 있습니다. 정부에서 규제를 풀어내며 연착륙을 시도하고 있지만 그 끝이 어디일지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런 계속되는 하락은 결국 소위 '영끌'한 투자자들이 견디지 못하고 던지는 매물들이 다 소진되어야 마무리 될 거라고 추론할 수 있습니다. 그걸 추론할 수 있는 지표에는 가계부채 지표가 있을 것입니다. 이자에 못 이긴 경제 주체들이 보유한 물건들을 헐값에 팔 수록 가계부채 지표가 개선될테니 말입니다. 하지만 최근 기록에 따르면 상승세가 둔화되긴 했지만 여전히 가계부채 수준은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이것만으로 보면 아직 바닥은 좀 더 기다려야 한다는 뜻이겠죠.
결론 - 아직 바닥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더 무섭다)
2. 미국 금리 상승이 멈춘다고 과연 한국은행도 같이 멈출까?
이 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은 연준과 파월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유래없는 금리 상승이 멈추거나 금리 인하가 되면 시장이 살아날 거라는 희망을 가지기 때문이죠. 저 또한 그랬으면 좋겠다고 간절히 바라는 사람 중 하난데요. 전 생각보다 금리 동결과 인하가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1) 미국 - 한국의 기준금리 차이가 크다
지금 미국과 한국의 기준금리가 역전된 지 오래된 상태입니다. 현재 한은 기준금리 3.25%, 미 연준 기준금리는 4.25~4.5% 수준으로 1.0 ~ 1.25%의 금리 역전 상태입니다. 그런데 앞으로 이 차이는 더욱 벌어질 예정입니다. 한은은 3.5%를 기대치로 잡고 있는 반면 미 연준의 기준금리는 23년 말 기준 5.1%까지 갈거라는 전망까지 나오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을 멈추고, 심지어 인하까지 한다고 한들, 한국은행이 쉽게 따라갈 수 있을까요? 지금의 한-미 금리 역전 상태는 절대로 정상적인 상태가 아닙니다. 결국에는 지금의 역전된 상태가 회복되어야 하죠. 결국 부동산의 목줄을 죄고 있는 현재의 금리 상태는 미 연준의 피봇 이후에도 상당기간 유지될 거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습니다.
2) 강력한 미국의 고용지표
미 연준의 금리 동결, 이어 금리 인하까지 가려면 미국 시장에 강력한 디플레이션 신호가 따라야 하는데 그 중에서도 고용지표가 중요한 상황입니다. 미 연준의 절대적인 목표는 물가와 고용의 안정입니다. 이렇게 금리를 올리는데도 고용지표가 안정적으로 나오게 되면 연준 입장에서는 금리를 더 올릴 수 밖에 없습니다. 지금 올릴 수 있을 때 올려야 나중에 진짜 침체가 왔을 때 쓸 카드가 늘어나게 되기 때문이죠. 하지만 미국의 고용은 연이은 침체 신호에도 견실한 상황입니다. 이런 견실한 고용은 인플레이션 상황과 더불어 임금의 인상을 부르고, 임금의 인상은 인플레이션을 더욱 부추기게 됩니다. 게다가 원자재나 유가와는 다르게 임금은 한 번 상승하면 다시는 내려오기 어렵다는 점에 이 상황의 난맥이 있습니다. 고용수치가 드라마틱하게 꺾이지 않는 이상, 연준의 피봇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결론 - 금리가 쉽게 내려갈 거라고 기대하지 마라
3. 부동산 정책은 시장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상승기에 각종 규제들의 약발이 먹히지 않았듯이 이는 하락기에도 마찬가지인듯 합니다. 순차적으로 규제를 풀고 있지만 시장은 기대만큼 반응하지는 않는 상황입니다. 정부 또한 이런 상황을 인지하고 있는 듯 한데 그렇다고 특별한 묘수가 있는 것 같진 않습니다. 최근 원희룡 장관은 '집값은 국가가 어쩔 수 없다'는 발언도 했죠.
이는 부동산 시장이 하락하고 있긴 하지만 아직 정부가 생각하는 만큼은 아니라는 의미일 수 있고, 다른 쪽으로는 이제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매우 부정적인 시그널로 해석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아직 규제완화적인 측면에서의 카드는 많이 남아있다는 점에서 지금이 최악의 상황은 아니라는 걸 유추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서울 규제지역들의 완전 철폐, 취득세 중과 전면 폐지, 비과세 요건 대폭 완화, 임대사업자를 위한 혜택 확충 등 과거 바닥에서 나왔던 정책들은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런 정책들은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나오는거지 시장을 상승으로 전환시키기 위한 목적은 아닐 거라는 점에서 의도적이든 아니든 정부는 현재의 부동산 시장의 붕괴를 어느정도는 용인할 것으로 보여집니다. 과거 바닥에서 나왔던 유인책들이 언제 나오는지, 시장 참여자들은 그 시기를 눈여겨봐야 할 것입니다.
결론 - 정부는 투자자들을 구해줄 생각이 없고 구할 수도 없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4. 23~25년 강남의 물량 폭탄, 그리고 3기 신도시
부동산 시장의 바로미터는 강남에 있습니다. 웨이브가 가장 먼저 시작하고, 가장 늦게 끝나는 곳이죠. 이 곳에 앞으로 23~25년에 걸친 물량 폭탄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3년간 무려 35,000 세대에 달하는 입주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한참 시끄러웠던 둔촌주공 재개발(올림픽파크 포레온)은 그 입주세대가 무려 12,000 세대에 이르죠. 해당 시기에 강남 일대 전세가가 급락할 건 자명한 사실입니다. 이 물량에 더해 앞서 언급했던 금리 상황이 풀리지 않는다면? 그 시너지가 어떻게 나올지 조금 무서워집니다. 문제는 강남의 문제가 단지 강남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상승이 강남을 기준으로 이어가듯, 하락 또한 강남을 기준을 이어갑니다. 강남발 전세가 급락은 서울, 인천, 경기로 퍼져나갈 것이고 매매가 또한 그 영향을 받아 하락세를 그릴 것입니다. 이제 겨우 바닥을 지난 줄 알았던 역전세의 위기는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공급을 이기는 시세는 없습니다. 그게 제아무리 대한민국 1급지 강남이라고 한들 말이죠.
강남발 공급 충격이 진정되면 그 다음은 3기 신도시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일부 지역은 이미 보상이 끝났고 기타 지역도 보상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만큼, 돌발 상황이 벌어지지 않는 이상 3기 신도시가 철회되는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물론 2기 신도시 사업을 보더라도 그 사업기간이 수십년에 이르는 만큼 굉장히 장기적인 요소로 봐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3기 신도시의 물량이 상당수 예비 주택 구매자들의 수요를 흡수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집을 사 줄 사람이 많을 수록 집 값이 오를텐데 그 수요를 3기 신도시가 빨아들이게 되면 앞으로의 집값 상승의 상방이 제한될 거라는 예상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결론 - 수요 공급도 우릴 도와주지 않을 것이다
5. 1급지도 꿈은 아닌 시기가 온다. 단, 시나리오를 가진 사람들에게만.
금리, 강남발 공급폭탄, 3기 신도시, 인구축소 등 부정적인 시그널이 가득하지만 이런 시그널은 아직까지 포지션이 없는 무주택자나 현금이 충분한 개인에겐 기회의 시기이기도 합니다. 금리와 경기침체에 짓눌려 출회되는 저가 매물을 가질 수 있는 기회의 시기 말이죠. 금리가 높다고는 하지만 대출 규제도 이미 충분히 풀려있고 말이죠. 누구나 이런 시기를 노립니다. 하지만 이런 시기엔 시장 참여자들 모두가 공포에 질려있고 이럴 때 과감하게 행동하기란 정말 쉽지 않습니다. 본인이 엄청난 재력가가 아닌 한, 자신만의 시나리오를 세우고 망설임 없이 실행에 옮길 때만이 가능한 일입니다.
그 기회를 노리기 위해서는 현재 나의 한계선을 점검하고, 갈 수 있는, 가고자 하는 상급지를 정한 후 언제라도 쏠 수 있는 계약금 정도의 현금은 항상 비축해야 합니다. 상승장 후반에 저 멀리 날아가는 1급지의 집값에 많은 사람들이 무력감에 빠진 걸 기억합니다. 지금도 어느정도 내려왔다고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앞으로 더 큰 기회가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다만 최저가로 잡으려는 시도는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건 실력으로는 불가능한 일에 가까우니까요. 내 미래를 운에 맡기려고 하지 마세요. 다소 비싸게 사더라도 내게 이득이 되는 가격으로 살 수 있다면 그걸로도 성공한 일입니다.
결론 - 기회를 잡으려면 시나리오와 계약금을 구비하라. 최대한 보수적인 방향으로
6. 지금은 현금이 금이다
유동성이 축소되고 자산시장이 쪼그라드는 가운데 모든 사람들이 현금을 찾고 있습니다. 실패한 사람들도 있지만 그들도 한때는 옳았습니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거죠. 그걸 깨끗하게 인정하고 다음 스텝을 밟을 때만이 다가올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과거에 연연해하지 않는다는 게 말로는 참 쉬운일입니다. 지금은 생살을 도려내는 듯한 손절의 결단을 해야하는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물건 하나를 정리하려고 생각하고 있구요.
레버리지의 건전성을 최대한 유지하고 귀한 현금흐름을 이자로 지나치게 많이 뺏기는 상황을 피해야 합니다. 그러면서 최대한의 현금을 준비해서 다음 스텝을 준비해야 할 것입니다. 물론 길게 보면 M2는 계속 늘어날 거고, 자산시장은 우상향을 그릴 것이며 지금의 폭락은 먼 미래의 사료로 활용될 것입니다. '현금은 쓰레기고 자산은 반드시 우상향 한다.'는 주제로 말이죠. 하지만 지금은 그때가 아닙니다.
절대적으로 싸게 산 자산이고 이자를 잡아먹지 않는 자산이라면 당연히 지키는 것이 맞을 것이지만 그렇지 않은 자산이라면 과감하게 정리하는 결단도 필요합니다. 지난 상승기에 현금이 쓰레기였듯이 지금은 레버리지가 쓰레기니까요.
언듯 어두운 전망처럼 보이지만 빛과 어둠은 동전의 양면이기 마련입니다. 부디 이 살벌한 시장에서 끝내 기회를 쟁취하는 23년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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