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서 카페를 찾는 건 쉬운 일입니다. 특색있는 카페를 찾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북카페를 찾는 건 쉽지 않고, 괜찮은 북카페를 찾는 건 상당히 어려운 일입니다. 꽤 먼 거리를 각오하고 가야 닿을 수 있는 카페들도 많습니다.
그런데 북카페란 어떤 곳일까요? 누군가에겐 책을 읽을 수 있는 분위기를 가진 카페를 의미할 수도 있고, 누군가에겐 양질의 책을 충분히 갖고 있어서 누구나 책을 자유롭게 읽을 수 있는 카페를 의미하기도 할 겁니다. 그런데 세상은 책에게 호의적이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읽는 책의 숫자는 점점 줄고 있고, 그마저도 e북으로 대체되는 비율이 늘어나고 있죠. (언젠가 e북 리더들을 갖춰놓고 북카페라고 하는 곳도 생겨날지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세상은 빠르고 사람들은 너무 바쁩니다. 그저 멍때리기도 바쁜 시간에 돈 들여 책 읽을 곳을 찾는다는 건 누군가에겐 사치일 수도 있겠네요.
그런 세상에서 눈치보지 않고 힘껏 공들여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은 참 귀합니다. 합정에서 시작해 송도의 대표적인 북카페로 자리잡은 '카페 꼼마'가 그렇습니다. '카페 꼼마'는 송도로 이사오기 전부터 종종 찾던 곳입니다. 사실 카페가 있기에는 입지가 좋지 않습니다. IBS 타워에 있어 그 빌딩 안의 오피스 손님들을 확보할 순 있다고 하지만 일반적인 개인이 찾기에는 위치가 어정쩡하거든요. 주변이 무척 휑하고 대단지 아파트와도 거리가 꽤 떨어져있어 여기 오려면 무조건 차를 끌어야 하는 곳입니다. (송도는 대중교통의 편의성이 대단히 떨어지는 곳입니다.)
그래도 한 번 찾은 사람들은 카페 꼼마를 잊을 수 없고, 기회가 되면 다시 찾을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요즘은 관광지나 도서 지역에 대규모 베이커리 카페를 흔하게 볼 수 있지만 카페 꼼마는 그 훨씬 전부터 그런 공간을 만들어 왔었거든요. 드높은 층고에서 산처럼 쌓인 책들의 체취를 맡을 수 있는 공간의 힘은 다른 카페들이 쉽게 흉내낼 수 있는 종류의 것은 아닙니다. 게다가 커피와 베이커리 메뉴도 수준급이어서 그 공간을 더욱 빛내줍니다. (보시는 분들은 별마당 도서관을 떠올리실 수 있는데 카페 꼼마가 훨씬 전에 이런 컨셉을 시작했다는 것도 함께 아셨으면 좋겠습니다.)
최근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디저트 체인점인 '얀 쿠브레'와의 협업을 통해 디저트 메뉴를 더욱 보강했더군요. 참 신기한 친구들이 많았는데 이런 단 것들을 그리 좋아하진 않아서 늘 먹던 치아바타를 시켜봤네요.
해가 지는 시간에 맞춰 구석 자리에 앉으면 하루의 마지막 빛을 발하는 햇살을 담뿍 받으며 기분좋은 커피향에 취할 수 있는 사치를 누릴 수 있는 곳입니다. 주말에는 워낙 찾는 사람들이 많아서 어수선한 감이 없지 않지만 그래도 여기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찾는 곳이고 층고가 기본적으로 높아서 그리 소란스러운 느낌은 들지 않습니다.
책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나즈막히 시간을 태우기에 좋은 곳입니다. 쌓인 것만 가만히 바라만 봐도 기분 좋아지는 게 책 아니던가요. 책에 취해, 공간에 취해, 그 자리에 있는 나 자신에게 취하기 좋은 그런 곳입니다. 제가 8년 전 처음 이 공간에 반했듯이 더 많은 사람들이 이 공간을 알아갔으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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