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쓰던 무선 이어폰이 오래되기도 했고, 배터리도 방전이 빨라져서 새로 헤드폰을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처음 후보군을 고를 때만 해도 참 설렜습니다. 힙스터들의 필수템이 된 에어팟 맥스라던지, AV 전통의 강자 소니의 XM5라던지, 믿고 듣는 보스 QC45 같은 친구들 말이죠.
그런데 막상 가격을 보니 참 힘든 친구들입니다. 뭐 못 살 이유는 없는데 헤드폰 하나에 60 ~ 35만원을 태우기가 쉽진 않더군요. 헤드폰에 대한 경험치가 없는 것도 이유 중 하나였습니다. 처음부터 크게 올라가기 보다는 좀 경험치를 쌓으며 올라가고 싶달까요. 제아무리 XM5가 성능이 좋고 에어팟 맥스가 편리하다한들 비교군이 없으면 제대로 실감할 수 없겠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입문하기 편한 가격대의 제품을 찾던 차에 ANKER의 Q45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ANKER의 제품 라인업 자체가 가성비로 칭찬을 많이 받더라고요. 무엇보다 매력적인 건 가격이었습니다. Active Noise Canceling(이하 ANC) 기능이 탑재되어 있으면서 50시간에 달하는 재생시간을 갖춘, 위에서 언급한 하이엔드 헤드폰들과 스펙상 크게 떨어지지 않는 제품이 15만원이 채 되지 않았던거죠. 첫 헤드폰이고 음질에 민감하지 않은 막귀다보니 부담없이 쓰는게 낫겠다 싶어 구매하게 됐습니다.
처음 받아본 Q45의 첫인상은 언듯 저가모델이라고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괜찮았습니다. 동봉된 파우치는 튼튼했고 만듦새도 깔끔했습니다. 다만 파우치 안에 헤드폰을 잡아주는 틀(?)이 너무 싼티나는 플라스틱이라는 게 사소한 흠이 되겠네요. 인체에 닿는 부분은 푹신하고 부드러운 재질로 만들어져 있어서 엄청난 고급감까진 아니더라고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감싸줍니다. 헤드 부분 조절부도 가격대 답지 않게 외적으로 깔끔하고 부드럽게 움직입니다.
중요한 건 그래도 음질이겠죠. 헤드폰을 처음 쓰다보니 이어폰보다 공간감이 확실히 다른걸 느낍니다. 원룸에 살다가 거실있는 투룸 아파트로 이사간 기분이랄까요. 음 분리도 선명하게 잘 되고 저음도 확실하게 강조해줍니다. 전작 Q35보다 저음이 약해졌다는 평가가 있던데 저는 이정도도 충분히 만족스럽게 들을 수 있는 저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 장르의 음악을 들어봤는데 힙합음악을 듣기가 가장 좋다고 느껴집니다.
ANC 성능은 약간 물음표입니다. 이건 제가 해당 기능을 탑재한 제품을 처음 써보니 이 의견은 참고만 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ANC를 껐을 때 들려오는, 헤드폰과 귀 사이의 공간에서 울리는 소리는 확실하게 잡는데 길가에서 차가 지나가는 소리나, 버스 안에서 들려오는 엔진소리까지 잡아내진 못합니다. Soundcore 앱을 통해 ANC 강도를 조절할 수 있는데 항상 최대치로 하고 다니는 편입니다. 물론 노래를 듣는데에는 하등 지장이 없고 충분히 불필요한 소음을 잡아주지만 아무래도 제가 ANC라는 기능에 너무 큰 기대를 한 게 아닌가 싶네요. 아무래도 헤드폰의 차음성이 커널형 이어폰보다는 떨어지는만큼 물리적으로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ANC를 쓰면서 느낀 건 ANC가 음질에도 약간의 영향을 미친다는 점입니다. 시끄러운 곳에서 들을 때는 잘 느끼지 못하는데 조용한 곳에서는 ANC의 적용 유무에 따라 음질이 확실히 달라지는 게 느껴집니다. ANC를 켜면 아주 약간 소리가 뭉개지는 느낌이랄까요. 지우개로 불필요한 부분을 지우다가 음악의 어떤 영역도 같이 지워지는 느낌이랄까요. 그런데 그게 아주 신경거슬릴 정도는 아닙니다. 다른 제품은 어떨지도 궁금하긴 하네요.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저는 헤드폰도, ANC 기능도 처음 쓰는 사람입니다 ^^;
헤드폰을 얘기하면서 디자인 요소를 빼 놓을 순 없겠죠. 결론적으로 요다핏이 좀 심한 편입니다. 기본적인 Cone에다가 기기부가 이중으로 돌출되어 나오면서 양옆으로 튀어나오는 느낌을 가리기가 좀 힘듭니다. 이런 측면은 젊은 분들에게는 좀 마이너스 요소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애플과 소니의 세련된 디자인에 비하면 아쉬운 요소입니다.
아쉬운 요소는 또 있습니다. 모든 조작이 '물리버튼'으로만 이루어진다는 거죠. 솔직히 제가 6년전에 산 무선 이어폰도 터치 컨트롤이 지원되는데 최신 헤드폰에서 물리버튼 조작이라는 게 참 실망스럽긴 합니다. 익숙해지면 크게 문제는 없다지만 그래도 불편한 건 어쩔 수 없습니다. 간단하게 툭 치면 되는 게 아니라 더듬더듬 찾아서 일일히 눌러줘야 한다는 게 요즘 트렌드와는 거리가 좀 있네요.
장단점이 분명한 모델입니다. 트렌디하고 세련된 기종을 원한다면 이건 추천드리기가 힘들어요. 외적인 측면이나 직관적인 조작감도 분명히 성능에 포함되는 영역인만큼 무시할 부분은 아닙니다. 하지만 저렴한 가격에 기본기가 탄탄한 모델을 원한다면 이만한 모델도 없습니다. 이 정도 가격에 ANC를 지원하고, 비교적 가벼운 무게에, 50시간 이상의 긴 플레이시간을 지원하는 헤드폰은 찾기 힘든 게 사실이니까요. 컨셉이 확실한만큼 본인의 성향만 제대로 알고 있다면 선택이 쉬운 모델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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