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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쓰는 이야기

존재 자체로 귀한 그 곳 - Staff Picks (스태프 픽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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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와 토속촌 삼계탕을 거쳐 이제 카페로 갑니다.

 

청와대

https://chamtime.tistory.com/63

 

은퇴당하긴 아까운 공간 - 청와대

매년 이맘때 쯤이면 회사 부서별로 추계단합대회를 하라고 공지가 내려옵니다. 보통은 주변 신도시 상권에서 대충 맛있는 점심 먹고 일찌감치 헤어지는 편인데 저희 부서는 좀 이상한 결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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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속촌 삼계탕

https://chamtime.tistory.com/66

 

노포라는 단어가 음식이라면 - 토속촌 삼계탕

예전에 청와대 포스팅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쪽 동네에 갔다면 들를 수 밖에 없는 음식점이 하나 있죠. 사시사철 복날 아닌날 상관없이 북적이는 토속촌 삼계탕입니다. 청와대에 인접한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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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에 주말에 카페투어를 다니는, 결혼 한 지 얼마 안되는 새신랑이 하나 있어서 주변에 꽤 유명하다는 카페를 소개받았습니다. 스태프 픽스라고 토속촌 삼계탕과 가깝다고 해서 따라가는데 가파르고 좁은 골목길을 굽이굽이 올라갑니다. 함께 따라간 부서 인원이 9명이었는데 도저히 9명이 들어갈 공간이 보이지 않습니다. 좁지만 힙한, 힙하지만 좁은 그런 공간들을 지나 언덕의 끝에 다다랐는데.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공간이 나타납니다. 

 

 

방금까지 지나쳐 왔던 다닥다닥한 공간들이 꿈이었다는 듯, 꽤 넓은 공간에, 아주 오래된 듯한 은행나무가 자리를 잡고 있고, 그 주위로 사람들이 오후의 망중한을 즐기고 있습니다. 처음 이 공간을 마주치고 아주 잠깐 조금 멍했던 것 같습니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 이 가파른 언덕에 이런 공간이? 비현실적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드물고 오래된 공간이었거든요.

 

그렇습니다. 서울은 원래 이런 곳이었죠. 원래 이렇게까지 사람들이 많이 사는 동네는 아니었으니까요. 오래된 건물 오래된 나무 오래된 공간. 멀고 먼 시간 전에도 이 공간에서 점심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의 표정은 비슷했을 것 같습니다. 힙하고 핫한걸 넘어서 소중한 공간임을 느끼게 되더군요.  시간의 폭력을 끝내 견뎌내고 이 자리를 멋스럽게 지켜낸 은행나무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어집니다. 끝내 이 공간을 이렇게 지켜낸 건물주님께도요.

 

 

 

그냥 단순히 은행나무에 기대는 곳이라면 이렇게까지 사람들이 몰리진 않겠죠. 카페 곳곳 감성을 자극하는 데코레이션이 눈에 띕니다. 여길 만든 주인의 취향도 엿볼 수 있네요. 전시된 카세트 테이프를 보니 제 또래일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공간이 주는 분위기와 주인장의 인테리어가 위화감 없이 잘 어울립니다. 오래된 공간을 지금의 감각에 맞게 튜닝할 수 있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닐 것입니다. 카페 구석구석에서, 취향을 몰아붙이면서도 더 오래된 공간을 배려하며 느껴지는 자연스러움이 있습니다. 예술 작품의 획 하나하나가 의도를 가지듯, 어느 것 하나 소홀함이 보이지 않습니다. 

 

 

다만 방문했던 시간대가 직장인들 점심시간이라서 카페가 무척 혼잡했습니다. 자리를 잡기도 힘들었고요. 붐비는 손님만큼 주문이 빗발치다보니 자칫 타이밍이 안 맞으면 주문을 제때 못하는 불상사가 일어납니다. 여기는 주문이 일정수량 이상 밀리면 아얘 기존 주문이 소화될 때 까지 주문을 막아버리더군요. 무작정 주문을 받아버려서 사람들이 너무 오래 기다리는 걸 막기 위해서가 아닐까 유추해봅니다. 하지만 금쪽같은 점심시간에 들른 직장인들 입장에서는 좀 문턱이 높겠다는 생각은 들더군요. 그만큼 이 카페의 인기는 대단한 것 같습니다. 

 

이 카페의 시그니처 메뉴는 역시 카페 이름을 딴 Staff Picks Latte 같습니다. 저는 그냥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셨는데 항간에 그런 말이 있죠. 아메리카노에서 산미가 느껴지는 집이 라떼도 맛있다고요. 여기 아이스 아메리카노 산미가 꽤 강했습니다. 그러니 라떼도 맛있지 않을까 싶네요. 시나몬 설탕이 마치 데킬라 잔에 바르는 소금처럼 잔에 토핑되서 나옵니다. 마셔보진 않았지만 꽤 신선한 감각이 나오지 않을까 싶네요. 

 

Staff Picks Latte. 잔 테두리에 둘러진 시나몬 설탕이 포인트

 

커피를 다 마셔도, 되도록이면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오래 머무르고 싶은 그런 공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도 아이들 생기기 전에는 아내와 이런 곳을 자주 돌아다녔는데. 그때 기분이 새삼 떠오르기도 하네요. 일주일 전에 방문했었는데 아직도 은행나무에 잎이 남아있을지 궁금합니다. 사계절 느낌있는 그런 곳일텐데 은행나무가 가장 아름다운 시절에 방문할 수 있었다니 운이 좋았네요. 아이들이 천지분간이 되는 날이 오면 같이 오고 싶은 그런 곳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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