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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기분이 태도가 된다면 기분을 바꿔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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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금요일은 사창립기념일이었습니다. 그래서 모처럼 쉬는 날이었죠. 가족들이 다 같이 쉬는 날도 좋지만 나 혼자 쉬는 날은 또 기분이 다르네요. 아내와 아이들을 데려다주고 아내 회사 근처 분식집에서 김밥 하나 주문해 먹고 여유있게 집에 도착하니 9시 반 정도 됩니다.

 

그동안 못 갔던 병원도 가고, 모처럼 혼자 집에서 좋아하는 노래도 크게 틀어놓습니다. 늘 뽀요TV와 영어 동요만 듣다가 한 때 좋아했던 노래들이 흐르니 참 기분이 새삼스레 달라집니다. 컴퓨터 앞에서 라면도 먹어보고 오후에 볼 영화도 하나 예약해봅니다. 그리 큰 기대는 안되지만 스트레스는 풀릴만한 영화로요.

 

https://www.youtube.com/watch?v=R7L2QEm-BUY 

 

아이들이 사정권에 있으면 레이더가 꺼지지 않습니다. 그냥 누워서 티비를 보고 있어도, 화장실에 있어도, 아이들이 자고 있을 때도 레이더는 꺼지지 않죠. 켜져있는 레이더는 나를 기묘하게 소모시킵니다. 평소에는 그런 사실을 잘 모르죠. 항상 켜져있는 게 정상이니까요. 그러다가 어느날 레이더를 꺼도 되는 날이 어쩌다가 생깁니다. 네. 지난 금요일 같은 날이죠.

 

뭔가 이유없이 사람이 긍정적으로 변한 느낌입니다. 많이 걸어도 쉽사리 지치지 않습니다. 이 시간쯤 되면 좀 지치는 시간이 아닐까 싶은데 신기하게도 아직 여유가 있습니다. 단순히 회사를 안 가서 그런건 아닌 것 같고. 확실히 혼자 쉬는 건 좀 다른 느낌이 드네요. 레이더에 쓰던 에너지가 남고 사람이 좀 변한 느낌이 드니 평소에 내가 어땠는지를 돌아보게 됩니다. 

 

아이들은 한창 말을 듣지 않을 나이입니다. 7살 첫째는 말대꾸가 부쩍 늘었고 이제 22개월이 지난 둘째는 고집이 보통이 아닙니다. 그 둘이 한 판 붙기라도 하면 보통일이 아니지만 보통은 매일 붙는다는 게 문제죠. 네. 매일매일이 보통일이 아닙니다. 그러다보니 가만히 달래고 조곤조곤 다독이는 것 보다는 좀 더 빠르고 효율적인 길을 택하게 됩니다. 그렇죠. 저도 같이 아이가 되어버리는 거죠. 부모가 아니라 한 17살 정도 되는 큰 형이 되어 버리는 겁니다. 여유가 생기니 그런 반성들이 한 차례 휩쓸려오네요. 혼자 쉬고 있는 지금같은 기분이라면 관대한 솔로몬이 되는 것도 허풍은 아닐 것 같은데 말이죠. 

 

기분이 태도가 되면 안된다는 말이 떠오릅니다. 아이들을 키우다보면 정말 그러기 쉬운 것 같습니다. 물론 저 같이 못난 부모가 아닌 분들이 대부분이겠지만 어떤 부모든 한 번쯤은, 그런 충동 정도는 한 번쯤은 느껴보지 않았을까요. 그래서 느끼는 점은 이런 시간을, 레이더를 끄는 시간을 일부러라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입니다. 부모로서 저라는 사람이 쉽게 변하기는 힘들겠죠. 하지만 지난 금요일 같은, 좋은 기분으로 좋은 태도를 만들 수 있는 날이 있으면, 그래서 평소의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있으면, 아무래도 아내나 아이들에게 더 좋은 가족의 일원이 될 수 있겠다 싶더군요. 

 

가끔씩 스위치를 바꿔줘야 스위치가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게 됩니다. 스위치를 껐을 때의 나를 기억해야 스위치가 켜졌을 때도 나를 유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꼴보기 싫은 회사도 일년에 한 번은 깨달음을 주긴 하네요. 좋은 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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