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은 그리 낯설지 않은 주장입니다. 어찌보면 섬뜩한 미래일 수도 있는데 사실 강건너 불구경하는 느낌으로 대해왔던 주제임은 사실입니다. 지금도 매일 매일 일에 치여 사는데, 내 일을 어떤 인공지능이 대체한다는 건 정말 먼 미래로 느껴지거든요.
Chat GPT로 가까워진 미래
그런데 Chat GPT가 나오고, 이것의 능력이 공개되면서 그 미래가 훌쩍 다가온 느낌입니다. 흔히 '특이점' 이라고 하는, 지금이 그 시점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늘어났습니다. 실제로 Chat GPT의 능력은 놀랍기 그지없습니다. 실제로 미국의 변호사, 의사 시험 등을 우수한 성적으로 통과했고 키워드만 잘 제시해주면 낮은 수준의 지식 노동은 이걸로 대신해도 될 정도로 완성도가 높습니다. '일자리의 종말' 정도는 아니더라도 '인턴의 종말' 정도는 바싹 다가온 느낌이랄까요.
과거에도 우리는 마주했던 일
'노동의 시대는 끝났다' 는 그런 의미에서 우리에게 시사점을 가져다줍니다. 작가 대니얼 서스킨드는 AI의 발전과 그로 인해 사라지는 직업들을 언급하며 우리는 이런 경험이 처음이 아니라고 말해줍니다.
산업혁명 전 마차를 몰고 다니던 시기의 직업군들이 자동차의 등장과 함께 사라졌고, 방직공들의 직업이 방직기의 등장과 함께 사라졌듯이 기술발전의 변곡점에서 늘 있어왔던 일이라는 거죠. 하지만 그 많은 일들이 기계로 대체됐던들, 우리의 일자리는 과연 위협받았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기술 발전과 더불어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나고, 경제 발전과 함께 서비스업이 발달하면서 없어진 수많은 일자리보다 더 많은 일자리가 그 자리를 대신해왔습니다. 지금까지는요.
앞으로는 다를 것이다
하지만 작가는 앞으로는 다를 것이라고 얘기합니다. 다양한 범용 능력을 가진 AI가 발달한다면, 그래서 다양한 과제를 인간보다 뛰어나게 수행한다면, 더 뛰어난 기계를 설계하는 과제에까지 AI의 능력이 미치는 건 시간문제라는 의견 또한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지금까지 새로운 기술에서 파생되었던 인간의 일자리가 기계로 너무나도 손쉽게 대체되어 버릴 수 있습니다. 인간은 새로운 기술을 사용하도록 교육받기까지 시간과 돈이 걸리지만 AI는 그렇지 않으니까요.
기술 혁신이 이뤄질수록 편중되는 부
기술 발전을 거치며 눈에 띄는 건 부의 양극화가 심해졌다는 점입니다. 기술혁신이 효율을 끌어올리고, 그로 인해 더 많은 일을 더 적은 인원으로 할 수 있게 되자 그걸 가능하게 했던 소수의 기술인력이나 경영자에게 부가 쏠리게 된 거라고 저자는 분석합니다. 전 세계 시총의 1,2위를 다투는 기업들의 일자리 창출 능력과 CEO - 직원간의 연봉 격차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저자는 앞으로 AI와 기계의 발달이 이런 경향을 더욱 가속화 할 거라고 전망합니다.
앞으로는 기술보다 정치의 문제
책을 읽으며 어떤 해결책을 제시할까 기대를 했었는데 결말은 좀 김이 빠지는 느낌입니다. 결국 일자리는 복지의 영역이 될 것이고 이를 위해 정치의 변혁이 필요하다는 내용입니다. 로봇세를 거둔다거나, 조건적 기본소득 같은 제도를 통해 기술발전으로 인한 인간의 소외를 메워야 한다는 거죠. 전세계가 좌우의 양극단에서 이념 전쟁을 벌이는 요즘을 보면 과연 가능할지 의문이 되는 해결책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 지향점에 대해선 의심의 여지가 없을 것입니다. 어떻게든 가야 할 종말점인 것입니다.
우리는 일이 없는 세상에서 살 준비가 되어 있나
작가의 글에서 인상 깊었던 내용은 우리에게 일이 새로운 아편이라는 언급입니다. 일은 기분 좋은 목적의식을 솟구치게 하며, 일에 취해 다른 방식으로 살아갈 방법을 떠올릴 수 없게 만듭니다. 그리고 일에 몹시 의존하는 탓에 일이 줄어든 세상이 다가오리라는 생각을 본능적으로 거부하고, 실제로 생각은 하더라도 중요한 내용은 전혀 표현하지 못한다는 거죠.
우리는 너무나도 오래 일을 해야하는 상태에 놓여왔고 그렇게 배워왔고, 살아왔습니다. 그래서 일이 없어지는 세상에 익숙해지지 못하고 그것에 저항할 수 밖에 없습니다. 예전 러다이트 운동 때 처럼요. 하지만 우리의 다음 세대, 아니 어쩌면 지금 우리 세대에서 일을 한다는 개념이 생소한 시대가 올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시대가 오면 우린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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