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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LK-99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초전도체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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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며칠 사이 생소한 단어가 떠들썩하게 화제가 되었습니다. 바로 '초전도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동안 극한의 조건에서만 관찰되던 초전도체를 상온 / 상압에서 재현했다는 논문이 무려 우리나라에서 나와 세계적으로 주목받았습니다. 이른바 LK-99로 명명된 물질이 그것인데요. 그동안 초전도체는 극저온(-250도 이하)에서나 관찰되던 현상이고 이를 극복해보려 전세계의 과학자들이 수십년간 도전하고 있는 과제라서 더욱 뜨거운 화제를 불러 일으켰습니다.

 

 

 

초전도체란 무엇일까요? 일단 초전도체에는 두 가지 조건이 붙습니다.

 

초전도체의 조건 1. - 저항이 0일 것


초전도체란 특정 조건에서 저항이 0이 되는 도체를 말합니다. 여기서 포인트는 '저항이 0'이 된다는 점입니다. 저항이 0이 되면 어떤 점이 좋을까요?

 

저항이 0 = 송전손실 제로

 

세상에 저항이 0인 물질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력을 전송할 때는 전력 손실이 필연적입니다. 저항이 가장 낮다고 알려진 금속은 은이지만 전선으로 쓰기에는 너무 비싸기 때문에 세계 대부분의 송전은 구리 전선으로 이루어집니다. 만일 초전도체가 제대로 상용화 된다면 송배전에서의 에너지 손실이 0에 수렴하게 됩니다. 송전손실이 없어진다는 건 발전 효율이 극도로 높아진다는 뜻이고 이는 에너지 혁명과 지구 온난화 극복에도 희소식이 됩니다.

 

저항이 0 = 에너지 저장의 혁명

 

그 뿐만 아니라 고가의 배터리를 만들어서 전기를 비효율적으로 저장할 필요도 없어집니다. 저항이 0이니 초전도 코일 안에서 에너지를 계속 순환시키면 이론상 손실없이 에너지를 보관할 수 있게 됩니다. 에너지 저장에서 혁신이 일어나면 그동안 자동차에만 국한되어 왔던, 전기를 이용한 이동 수단이 배나 비행기로도 가능해지게 됩니다. 전기로 가는 컨테이너선이나 전기로 다니는 대형 여객기도 꿈이 아닌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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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전도체의 조건 2. - 마이스너 효과


마이스너 효과란 쉽게 말하면 금속이 자석을 밀어내는 현상입니다. 평상시라면 당연히 자석에 붙어야 하는 금속이 자기장을 밀어내면서 둥둥 떠 있는 모습이 바로 마이스너 현상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현상입니다. 그럼 마이스너 현상으로 좋은 게 대체 뭐가 있을까요?

 

마이스너 현상

 

상온 상압 초전도체 = MRI 한 건에 38000원

 

농담 같이 적었지만 정말로 상온 상압 초전도체가 나온다면 꿈은 아닙니다. 현재의 초전도체가 가장 친숙하게 활용되는 곳은 MRI 입니다. 하지만 초전도체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절대영도(-273도) 가까이 온도를 낮춰야 하기 때문에 막대한 양의 액체 헬륨이 필요하고 이 가격이 그대로 MRI 이용 가격에 전이됩니다. 하지만 액체 헬륨이 필요 없는 조건에서 동작하는 초전도체가 나오게 된다면 당연히 가격이 대폭 저렴해지겠죠?

 

상온 상압 초전도체 = 핵융합, 플라즈마 기술 발전

 

핵융합이나 입자가속기 같은 미래 기술에도 대규모의 전자석이 쓰입니다. 현재의 소재로서는 저항으로 인한 발열과 막대한 에너지 소비 때문에 극한의 초전도체 조건을 만들어야 하는 한계가 있습니다. 상온 상압 초전도체가 정말로 만들어진다면 전자석을 만들기 위한 기술 단계가 대폭 축소되어 미래 기술의 발전을 급속도로 앞당길 수 있을 것입니다. 미래의 에너지원으로 불리는 핵융합 기술을 우리 세대에서 만나게 될 수도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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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꿈은 이루어질까?


논문 저자의 주장과는 달리 지금까지 다수의 연구자들의 검토에 따르면 LK-99는 초전도체는 아니라는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존에 정의된 어떤 현상으로도 이 물질을 정의할 수 없는 건 분명해 보입니다. LK-99가 만일 초전도체의 조건을 채우지 못하더라도, 저항이 기존의 물질보다 획기적으로 낮거나, 마이스너 현상을 지금보다 훨씬 손쉽게 만들어낼 수 있는 소재라면 그 활용은 정말 무궁무진해집니다. 

 

논문의 수준이 낮고 이 물질이 무엇인지 정확히 설명하고 있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의 연구실들이 이 물질의 재현에 매달리는 이유입니다. 동영상으로 보여준 현상을 재현할 수만 있다면 이 소재의 레시피가 검증되는 셈이고 앞으로 이 물질의 활용에 대한 연구도 물살을 탈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연구가 더욱 희망적인 이유는 LK-99의 재료가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구리와 납이란 사실입니다. 아무리 혁명적인 연구 결과가 나온다고 해도 소재가 희귀하거나 지나치게 고가라면 그 활용은 제한되기 마련입니다. 만일 구리와 납 만으로 LK-99의 레시피가 검증된다면 그 결과와 혁신은 우리 생활속으로 구석구석 들어올 확률이 높습니다. 발에 채일 정도로 흔한 재료로, 가장 체감할 수 있는 가까운 곳까지 혁신을 누릴 수 있는 것입니다.  

 

이 연구에 참여한 김지훈 대학원생은 인터뷰에서 20년간 1천번을 넘게 재료를 조합해가며 실험을 이어갔다고 합니다. 부도 명예도 없이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는 길을 걸어오는 게 쉽지만은 않았을 것입니다. 과연 LK-99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다만 연구진들의 노력이 보상받는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희망회로 함 돌려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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