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과 저커버그가 MMA로 붙는다고?
최근에 기묘한 기사가 하나 나왔습니다. 일론과 저커버그가 MMA로 붙을 수도 있다는 기사였습니다. (돈이 너무 많다보니 사는게 재미가 없어진 걸까요..?) 그 전말은 이렇습니다. 일론의 트위터 인수 이후, 저커버그의 메타가 Thread 런칭을 준비하면서 '어디의 누구만큼 제정신이 아닌(insane) 운영을 하진 않을 거다.' 라며 간접적으로 일론의 트위터를, 아니 트위터의 일론을 디스하게 됩니다. 이런걸 듣고 가만히 있을 일론이 아니죠? 일론은 트위터로 '스레드는 순위에 오르지도 못할거다.' 라며 반박했고 트위터 유저들은 '현피 뜨면 이길 자신 있음? 저커버그 주짓수 한다는데?' 라며 일론을 자극하기 시작합니다. 관종왕 일론이 이런 도발을 지나칠 수 없죠. 일론은 '걔(저커버그)만 오면 Cage Match를 치를수도 있다.'며 응수했고 이에 저커버그가 인스타그램 메시지로 '장소 잡아라' 라며 사실상 승낙하는 뉘앙스의 메시지를 보내며 점점 진지한 이벤트로 발전해 갑니다.
#MMA 결과보다 중요한 SNS 판도
이런 에피소드를 보면 스레드의 런칭 시점이 참 절묘하기 이를데 없습니다. 빅테크의 수장이자 4차 산업혁명의 최전선에서 경쟁하는 일론과 저커버그가 무려 MMA로 붙기로 했는데 일론의 트위터가 잇단 악수를 두면서 대형 참사를 일으켰고 그로부터 일주일 후 저커버그의 스레드가 화려한 데뷔를 한 것이죠. 일론이 휘청거리고 있을 때 저커버그의 카운터 펀치가 들어간 겁니다. 자신과 일론에게 주어진 미묘한 대결구도를 멋지게 이용한거죠. API 대란 이후 트위터의 대안을 애타게 찾던 트위터 유저들에게는 하나의 유력하고 현실적인 후보가 생겼다는 점에서 더더욱 그렇습니다.
#스레드의 영리한 스타트
스레드는 서비스를 개시한지 16시간만에 무려 3천만명의 가입자를 유치하며 성공적인 스타트를 끊었습니다. 이런 성공적인 스타트의 비결은 인스타그램의 이용자가 자신의 팔로워를 그대로 이끌고 가입하는 형식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인스타그램이 예전처럼 핫한 SNS는 아니지만 아직 충분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상황에서 각종 인플루언서들의 가입과 인증이 이루어졌고 최신 트렌드에 민감한 인스타그램 유저의 특성상 연쇄가입을 일으키며 폭발적으로 가입자가 늘어나게 됩니다. 게다가 트위터에서처럼 글자수가 140자로 제한되지도 않고, 트위터의 삽질과는 비교할 수 없는 쾌적한 작동 환경으로 극찬받으며 아직까지는 좋은 시작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게다가 스레드는 인스타그램을 가입해야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트위터의 대용품을 원하는 사람들이 넘어오려면 필수적으로 인스타그램 계정도 만들어야 한다는 소리죠. 스레드를 런칭했지만 결국에는 인스타그램 가입자의 확장으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입니다. 정말 절묘한 구조가 아닐 수 없네요.
#형식은 카피캣이지만 앞으로도 그럴까?
트위터를 오래 써본 입장에서 스레드는 형식상 트위터의 카피캣에 가깝습니다. 형식적인 부분에서 대부분의 인터페이스를 트위터에서 차용해온 느낌이 역력합니다. 각종 버튼은 이름만 다를 뿐 기능상 트위터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실질적인 분위기를 보면 트위터와 스레드의 분위기는 완전히 다릅니다. 일단 스레드는 트위터보다 익명성이라는 부분에서 훨씬 개방적입니다. 본인의 인스타그램 계정이 그대로 확장되는 것이고(프로필 사진까지 그대로 이전됨) 그러다보니 스레드를 이용하는 사람은 본인의 인스타그램 계정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트위터처럼 거의 완벽한 익명성을 바탕으로 자유롭게 활동할 수 없다는 거죠. 본인이 쌓아온 인스타그램과 완전히 벗어날 수 없다보니 트위터 특유의 엉뚱하고 돌발적이며 전문적인 느낌은 다소 떨어지는 게 사실입니다. 아직까지는 인스타그램보다 약간 더 진솔해진 부분이랄까요. 형식은 같지만 각 서비스 유저들이 가진 현실과의 거리가 커뮤니티의 분위기를 다르게 만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스레드의 진화를 지켜보자
경쟁은 좋은 것입니다. 트위터가 독점했던 단문형 SNS에 경쟁자가 생기면 말 많고 탈 많은 트위터의 운영도 개선될 여지가 있겠죠. 저는 스레드가 트위터와는 완전히 다른, 독립적인 SNS로 자리잡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일단은 양 서비스간 유저들의 특성이 너무 다릅니다. 혹사는 인싸와 아싸의 갭에 비유하기도 합니다. 트위터는 아싸의 SNS, 스레드는 인싸의 SNS라는 거죠. 그리고 트위터는 충성도 높은 장기 가입자들이 많습니다. 이런 장기 가입자들 중에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산재해 있어 팔로워만 제대로 구성한다면 정말 잡학사전(?)으로 사용하기도 좋은 게 사실입니다. 이런 면에서 괴멸적인 운영에도 불구하고 트위터를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은 게 사실이구요. 하지만 수익화의 측면에서 보면 트위터가 훨씬 불리한 면이 많은 게 사실입니다. 스레드가 나타남으로서 이 업계에 생기는 지각변동을 감상하는 것도 즐거운 여흥이 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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