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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이야기

최신의 정치 트렌드가 궁금하다면 - 미국은 그 미국이 아니다(안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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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이미 한 줌거리가 되어 버렸습니다. 앉은 자리에서 세계 온갖 곳에서 벌어지는 뉴스를 볼 수 있고, 원한다면 누구나 세계를 주도하는 경제와 정치의 흐름을 훑을 수 있죠. 관심을 가지는 분들은 다들 아시겠지만 세계는 격변하고 있습니다. 2번에 걸친 세계대전의 교훈을 잊은 듯, 극우 세력들이 창궐하고 있고 세계 각국들의 세력지도 또한 예전같지 않습니다.  

 

그런 감상의 중심에 미국이 있습니다. 유럽은 예전처럼 미국을 믿지 못하고 있고, 중동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오늘 시진핑이 사우디를 방문했는데 몇 달 전 바이든 방문때와는 사뭇 다르더군요. 트럼프 시절부터 급속화된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는 기존에 미국이 주도하던 세계질서를 흔들고 있습니다. 그 사이 커진 중국의 위상도 무시할 수 없죠. 독일은 미국의 일방적인 금리인상과 에너지 정책을 비판하며 중국과 더욱 밀착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중동의 맹주를 자처하는 사우디 또한 마찬가지죠. 

 

우리나라 또한 다르지 않습니다. 미국은 IRA 법을 제정하면서 한국산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을 없애버립니다. 현대 기아차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단숨에 떨어지고 말죠. 정부의 대처가 미흡했다고는 하지만 이른바 '혈맹'을 자처하는 우리나라에까지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반도체 산업에 대한 각종 규제와 미국으로의 공장 유치를 강요하는 모습은 미국이 더 이상 과거의 '큰 형님'이 아니라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합니다. 그런데 미국은 왜 이런 모습을 보이고 있을까요?

 

 

'미국은 (우리가 알던) 그 미국이 아니다' 라는 책에서 그 해답을 일견 엿볼 수 있습니다. 이 책의 내용이 그리 트렌디한 내용은 아닙니다. 건국 당시 미국 정치의 시발점에서부터 미국 국민들이 생각하는 헌법의 위상, 그리고 분화하기 시작해서 앞으로의 주도권을 다투는 정치 세력들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작가는 현재가 과거에 당연시 하던 근본 전제가 흔들리는 전환기라고 명시하면서 지금이 탈질서를 통한 이행기, 정치적 분기점의 시간이라고 정의합니다. 이런 작가의 시선으로 보면 현재 미국의 혼란스러운 모습이 일견 이해가 가는 부분도 있긴 하네요.

 

작가는 미국의 정치 세력을 세 분파로 나누고 있습니다.

'토크빌 주의자' / '헌팅턴 주의자' / '데브스 주의자' 가 바로 그것입니다.

 

토크빌 주의는 미국 건국 이념으로부터 내려오는 전통적인 국가관을 가진 세력을 의미합니다. 작가는 토크빌 주의를 메디슨, 해밀턴 등 미국 건국의 주류 가치와 제도의 경계선을 훼손하지 않고, 더욱 내구성 있고 탄력있게 강화해 나가려는 세력으로 정의합니다. 트럼프 이전, 더 보수적으로는 오바마 이전의,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미국의 모습과 가까울 것입니다.

 

헌팅턴 주의는 극우 논객인 헌팅턴의 이름을 따서 작가가 정의하는 세력으로, 트럼프로 대표되는 극우 세력을 의미합니다. 이들은 심화된 신자유주의로 갈수록 커지는 빈부격차와 그로 인해 폭발하는 인민들의 분노(정확히는 백인들의 분노)를 연료로 삼습니다. 공화국을 곧 자신들, 백인 우월주의 인민의 주권 자체로 치환하며 타 인종과 국가를 향한 투쟁을 전개합니다. 충격과 공포를 선사했던 미 국회의사당 점령 사건은 헌팅턴 주의자들에 대한 심각성을 보여줍니다. 이들은 다문화 다인종 연방국가로서의 미국의 정체성을 부정하고 미국과 미국인을 다른 무언가로 정의하려고 하죠.

 

데브스 주의는 인권 등에 강한 신념을 가진 진보세력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미국에서 급진전하고 있는 사회주의 세력을 통칭합니다. 엘리자베스 워런에서 코르테즈에 이르기까지 우리에게 익숙하진 않지만 미국에서 급부상하는 정치세력입니다. 이들은 민주당 내 사회주의자 세력으로서 건강보험 확대와 이민세관국 철폐 등 급좌파 정책을 펼칠 것을 주장하죠. 미국에서 이런 세력이 얼마나 크게 가겠어 싶겠지만 데브스 주의를 대표하는 코르테즈의 경우 백인 남성 공화당 후보였던 크롤리를 기업 후원 없이, 10분의 1 밖에 안되는 선거 자금으로 꺾은 스타성 있는 정치인입니다. 게다가 출마 1년 전까지 바텐더로 일했고 그녀 스스로 본인이 사회주의자라고 밝히는 등 파란을 일으키고 있죠. 

 

지금 미국은 이 세 분파가 엇갈리며 혼돈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이 책은 말합니다. 과거에 굳건했던 미 헌법의 위상은 예전같지 않습니다. 코로나 19는 미국과 중국의 엇갈리는 현실을 보여줍니다. 자유주의와 민주주의 세력이 이런 미증유의 재난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고 만 것입니다. 반면에 그 대척점에 서 있던 중국은 강력한 국가의 힘을 바탕으로 한 인민 통제를 통해 일관된 목표를 가지고 결과를 만들어 내는데에 성공하죠. 그런 상황에서 도광양회를 깨고 박차오른 중국 미국의 헤게모니에 의문을 제기합니다. 

 

복잡하고 어지러운 현실입니다. 차라리 미국의 패권 아래 있었던 때가 평화로웠던 걸까요. 미국이 정치적으로 혼돈에 빠지자 끓어오르는 세계를 컨트롤 하기가 힘들어지는 느낌입니다. 게다가 우리는 또 하나의 재난, 기후 위기를 눈 앞에 두고 있죠. 작가는 앞으로 7-10년 정도 남았다고 여겨지는 티핑포인트가 미국 정치와 세계의 가장 중요한 분기점이라고 주장합니다. 여기에 대응할 수 있는 정치세력이 미국의 중심이 될 것이고 앞으로 세계를 움직이게 될 것이라는 거죠. 

 

이런 혼돈의 시기는 위험하기도 하지만 다른 측면으로는 또 다른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우리는 어떻게 이 위기 혹은 기회를 대처해 나가야 할까요. 앞으로 우리나라의 리더십 또한 시험대에 오르는 중요한 시기가 될 것입니다. 거기에 국민들의 현명한 판단이 더해져야 할텐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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