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겪어본 췌장낭종(1) - 원인과 종류에 대하여
본인은 40대 초반이고 현재 췌장낭종 중에서도 췌두부 분지형 관내 유두성 점액종양(IPMN) 9mm 판정을 받고 추적 관찰 중입니다. 제 경험이 같은 증상을 안고 계신 분들께 도움이 될까 싶어 작성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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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겪어본 췌장낭종(2) - 3대 병원 후기 (아산 / 서울대 / 세브란스)
지난 번에 직접 걸려본 경험으로 말하는 췌장낭종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오늘은 췌장낭종 진료과 관련하여 소위 3대병원으로 불리는 아산 / 서울대 / 세브란스 병원 방문 후기를 풀고자 합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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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어지지 않는 췌장낭종, 결국엔 수술?
가성낭종류를 제외한 췌장낭종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더 커지지 않기만을 바라며 죽을 때 까지 같이 따라가는 거죠. 췌장낭종의 발생 원인 자체가 뚜렷이 밝혀진 바가 없다보니 이게 커질지 유지될지에 대한 전망도 사실 의미가 없습니다. 그렇지만 많은 분들의 사례를 들어보면 나이가 들어 신체능력이나 장기능력이 약화되면 점점 커질 확률이 늘어난다는 건 분명한 사실 같습니다.
#걱정할 필요도 없지만 낙관할 수도 없다
췌장에 낭종이 생겼다곤 하지만 제가 만나본 4분의 의사분들은 모두 별 대수롭지 않다는 의견이셨습니다.
"그거 죽을 때까지 안 커지고 돌아가시는 분들도 많아요."
"걱정하실 건 없고 6개월(혹은 1년) 후에 보시죠."
"요새 이런 걸로 많이들 오시는데 암 아니고요. 크게 걱정하실 일 아닙니다."
그렇지만 낭종을 가진 환자들 중에 커지는 사람들은 분명 있을 것이고, 끝내 수술을 하는 분들 또한 있을 것입니다. 그게 제가 되지 않으리라고 어떻게 장담하겠어요. 쓸데없이 걱정하며 스트레스 받을 필요는 없지만 췌장 수술로 인해 췌장의 기능을 상실하여 남은 생을 평생 당뇨병에 시달리거나 당뇨의 공포 속에 살아야 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수술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경과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한 것 또한 사실입니다.
#췌두부 낭종 - 휘플 수술
저 같은 경우는 췌두부 중에서 갈고리 부분에 있다보니 수술을 하게 되면 아마도 휘플수술을 하게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휘플수술이란 낭종 또는 종양이 있는 췌두부와 인근에 있는 담낭과 십이지장, 소장 하부, 위 하부 등을 절개하는 수술입니다.
절개부위 : 췌두부 / 담낭 및 담관 / 십이지장 / 소장하부 / 위 하부
텍스트로만 봐도 위험하고 난이도가 높은 수술이라는 걸 직감하실 수 있을 겁니다. 동강병원의 김강성 교수는 2009년 인터뷰에서 다른 외과 수술이 편도 1차선 도로 만들기라면 휘플 수술은 6차선 로터리 공사에 비견된다고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로봇 수술이나 복강경 수술이 많이 발달해서 사망률이나 후유증이 많이 줄어들었다고는 하네요
#췌두부 낭종 - 췌두부 십이지장절제술(PPPD)
앞에서 본 휘플 수술과 거의 흡사한데 위의 유문을 살려서 자연배출 기능을 남겨놓는다는 점이 다릅니다
#췌미부 낭종 - 원위부 췌장절제술
췌장 꼬리 부분에 생긴 낭종을 제거할 때 하는 수술로 췌장의 몸통과 꼬리를 제거하며 이때 비장도 함께 제거됩니다. 휘플수술이나 PPPD에 비해 수술이 비교적 간단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면역 체계에 관여하는 비장이 제거되는만큼 수술 후 병원균에 취약해지는 단점이 있다고 하네요
절개부위 : 췌장 몸통 및 꼬리 / 비장
#췌장 전체 - 췌전절제술
가장 절망적인 케이스가 아닐까 싶네요. 낭종이 췌장 전반에 걸쳐 퍼져 있으면 췌장 전체를 들어낼 수 밖에 없습니다. 수술 자체보다 췌장의 기능이 완전히 상실될 수 밖에 없는만큼 심한 당뇨병에 시달리거나 인슐린 등의 소화보조제에 의존할 수 밖에 없습니다. 남은 삶의 질이 심각하게 떨어지게 되는지라 고령의 환자들 같은 경우에는 수술을 권하지 않는다고 하네요.
절개부위 : 췌장 전체 / 담낭 및 담관 / 십이지장 / 소장 하부 / 위 하부
#에탄올 시술
수술이 아닌 비침습적 시술이란 점에서 많은 환자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시술입니다. 갑상선이나 다른 장기들에서는 상당히 많이 시술되고 있는 방법인데 주로 갑상선과 간에 쓰이는 시술입니다. 췌장을 대상으로 이 방식이 시도된 건 우리나라에선 2005년이 최초이고 역사가 짧다보니 임상이 그리 많지는 않은 게 사실입니다.
시술 방식은 낭종 안의 점액 혹은 장액을 내시경으로 빼낸 다음, 순도 99%의 에탄올을 주입 후 20분간 기다린 후 배액시키는 방식입니다. 2013년 서울삼성병원에서 나온 논문을 보면 65mm 크기의 낭종이 3차 시술 후 47mm까지 줄어들었다고 하네요. 또한 2017년 기사를 보면 158명의 환자를 6년 동안 추적관찰한 결과 89.2%의 환자들에게서 낭종이 없어지거나 크기가 줄어드는 등 유의미한 결과가 있었다고도 합니다. 큰 수술을 버티기 힘들고 수술 후 삶의 질도 생각해야 할 고령의 환자들이라면 희망을 걸어볼 수도 있는 시술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다만 고순도의 알콜을 사용하는만큼 시술이 잘못되면 췌장조직 일부가 괴사되어 췌장 기능이 저하될 우려 또한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선 아산병원 서동완 교수님이 선구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수술할 수 있다면 차라리 행운
실로 무시무시한 수술이고 절대 경험하고 싶지 않지만, 췌장의 경우 실제 수술이 필요한 환자 중에 위와 같은 수술이 가능한 환자는 20%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위에서 언급한 수술 방법들은 종양이 '췌장에 국한되어 존재할 때'에 한정되기 때문입니다. 낭종을 넘어 종양까지 넘어간 환자는 대부분 주변 장기에 이미 다 퍼진채로 진단받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에 손을 쓸 수도 없는거죠. 이런 걸 들으면 차라리 수술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도 행운처럼 느껴지게 됩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오래 버티는 것 뿐
시간은 흐르고 의학은 발전하기 마련입니다. 우리 안의 낭종을 키우지 않고 잘 유지하며 살다보면 더 좋은 기술과 시술방법이 나오는 건 당연한 수순일 겁니다. 그 때까지 잘 관리하면서, 평소에는 잊고 살다가도, 1년에 한 번의 관심은 놓지 않으면서 기다린다면 끝내는 좋은 결과가 우리들 앞에 기다리지 않을까요. 그때를 기다리며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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